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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드디어 나온 ‘가상자산업법’, 조항별 실효성을 짚어보니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지난주 <주간 블록체인>에서 가상자산업권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뤘는데요, 한 주만에 ‘가상자산업법’이 나왔습니다. 지난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업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3일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에 '시세조작 자금 몰수'라는 아주 강력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조항은 기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겹쳤지만, 시세조작 관련 조항은 투자자 보호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이처럼 기대효과가 있을 법한 내용을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또 다른 조항들은 실효성이 있을지,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기존 특금법과 차별화될 수 있을지 다뤄보겠습니다.

◆가상자산업법, 왜 필요할까?

우선 가상자산 업권법은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논의가 지속되어왔습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가상자산 관련 법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금법은 거래소 같은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일 뿐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커스터디(수탁) 업체, 지갑 서비스 업체 등 사업자들이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영업을 신고하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따라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특금법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호받기는 어렵습니다. 특금법 상 요건을 충족한 거래소들만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면 부실 거래소가 사라져 투자자가 간접적으로 보호받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사기(스캠), 시세조작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죠.

이에 그동안 국회 및 관련 업계에서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특히 시세조작, 거래소의 입출금 중단 등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막고, 공시기준 등을 정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왔는데요. 이런 내용이 이번 ‘가상자산업법’에 어느 정도 반영됐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7일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특금법이 시행되었지만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이용자 보호장치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가상자산업법은 거래의 투명성과 이용자 보호가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업법안 주요내용./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가상자산업법안 주요내용./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사업자 허가제 효과는?… 백서 공개는 큰 효과 없을 듯

그럼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에 담긴 주요 조항들과 각 조항의 실효성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사실상 특금법과 겹치거나, 실효성이 아쉬운 조항으로는 ▲사업자 인가제 ▲사업자의 설명 의무(백서 공개) ▲고객자금과 사업자 재산 분리보관 등이 있습니다.

우선 ‘가상자산의 정의’ 부분은 특금법과 같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는 선행법을 따른 것입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인가’와 관련된 부분은 사실상 특금법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강화된 것도 맞습니다. 공개된 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업자(거래소), 보관관리업자(커스터디), 지갑서비스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습니다.

기존 특금법은 영업을 신고하면 되는 신고제였는데, 이제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한 층 더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특금법도 사실상 허가제였다는 것입니다. 외견 상으로는 신고제처럼 보였지만 엄격한 요건을 갖춰 신고해야 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 수리를 받아야 했으므로 허가제나 다름없습니다.

단 특금법보다 요건이 더 강화됐습니다. 거래소의 경우 자기자본금 5억원, 커스터디 및 지갑업체의 경우 1억원을 충족해야 하고요.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사업자 ‘대주주’ 관련 요건도 담겼습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가 금융 관련 범죄경력이 있을 경우 사업자의 신고를 불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이 내용도 이번 가상자산업법에 담겼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가상자산업법에 포함된 인가 관련 내용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특금법만으로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 요건은 한 층 더 강화됐습니다.

또한 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설명 의무’가 부여됩니다. 여기서 설명 의무란 ‘가상자산 발행인이 발간한 백서를 공개하는 의무’인데요, 결국 거래소에게 부여되는 의무겠죠.

이 조항은 거래소에게 상장 코인에 대한 확인 의무를 어느 정도 부여한다는 의미는 있습니다. 다만 사업자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정도로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거래소들이 상장 시 가상자산에 대한 리서치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백서를 확인하고 싶다면 상장된 코인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도 일반 투자자들이 백서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상자산업법 도입 시 ‘거래소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 달라집니다.

문제는 백서 자체가 사기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백서에는 가상자산의 발행량과 초기 분배 현황, 기술적 특징, 향후 로드맵 등이 포함됩니다. 주식시장의 공시처럼 발행사의 재무 상태나 사업적으로 중요한 결정사항 등이 포함되는 건 아닙니다.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백서만으로 사기를 걸러낼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된 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설명 의무’ 조항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백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정안에서는 백서를 “가상자산 발행인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기술, 방법론 및 관련 시장현황과 전망에 대한 사업계획을 발행 전에 배포하는 공식 문서”라고만 정의해두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의 예치금과 사업자의 고유 재산을 분리 보관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데요, 이 내용 역시 특금법에 있는 조항입니다. 다만 법으로 정하는 ‘예치기관’에 보관하고, 고객 예치금의 70%를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는 구체화된 내용도 담겼습니다.

콜드월렛은 오프라인 상태의 가상자산 지갑을 뜻합니다. 오프라인이므로 해킹에 안전한데, 이 부분도 특금법과 사실상 겹칩니다. 특금법 상 요건인 ISMS 인증을 받을 때 콜드월렛 관리 및 보관 비중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본인확인(KYC) 의무 등 제정안에 담긴 내용은 특금법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 효과 있을 듯… 제 2의 코인제스트·유빗은 없다
지난 7일 가상자산업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에 나선 이용우 의원./출처=이용우 의원실
지난 7일 가상자산업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에 나선 이용우 의원./출처=이용우 의원실
반면 가상자산업법에는 실효성이 있을 법한 조항들도 다수 담겨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관한 법이 드디어 생겼기 때문입니다.

우선 제정안에서는 투자자를 ‘가상자산 이용자’라는 표현으로 정의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란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가상자산의 매매, 교환, 보관 또는 관리 및 이전등의 행위를 하는 자”입니다.

만약 가상자산사업자가 예치기관에 고객 예치금을 넣어놓지 않았다면,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반드시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피해보상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또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도 집니다. 만약 책임을 면하려면 사업자의 과실이 전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같은 조항은 그동안 발생했던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국내에서는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지급하지 않고 영업을 종료한 ‘코인제스트’ 사례가 있었고요. 해킹을 당했으나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고 파산해버린 ‘유빗’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죠.

또 앞서 언급했던 시세조작 관련 조항이 투자자 피해를 예방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제정안에는 가상자산 시세를 조작할 경우, 시세조작으로 얻은 부당이득뿐 아니라 조작에 쓰인 자금까지 몰수하는 강력한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이 때 시세조작의 범위에 ‘가상자산의 매매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즉, 단순 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래량 부풀리기’ 행위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행위가 현재 다수의 거래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거래소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아졌으며 투자자는 현혹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울러 하나 더 주목해야 할 조항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해상충의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입니다. 사업자와 이용자 간 이해상충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을 경우 사업자가 이를 알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에 거래소가 직접 또는 간접 투자한 코인 프로젝트를 상장시키는 ‘셀프상장’ 행위가 금지될 전망입니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는 이런 사례가 잦았는데요. 거래소 또는 거래소의 모회사가 투자한 코인을 상장시키고, 거래를 중개한다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이 밖에 다단계, 전화 등을 통한 코인 판매가 금지됩니다.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다각도로 담긴 것입니다. 최근 성행하는 코인 다단계 사기를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는 엄연한 현상으로 존재하기에 가치 논쟁을 넘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법안 제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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