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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단통법 개정안, 통신사‧유통망 ‘반대표’…또 실효성 논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또다시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다. 산 넘어 산이다. 국회에서 폐지까지 언급됐던 단통법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추가지원금 상향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조삼모사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통신‧유통업계 반발 속에서 국회 통과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를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행 공시지원금이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추가지원금이 상향되면 최대 약 5만원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고시개정을 통해 월요일과 목요일 공시지원금을 변경할 수 있도록 공시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고낙준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기 위해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으나, 제한이 없을 경우 이용자 차별뿐 아니라 대형 유통망 쏠림현상이 발생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유통망이 고사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려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추가지원금이 많아져야 한다고 판단해, 적정선을 30%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 공시는 7일간 유지 가능한데, 통상적으로 통신3사 신규 단말 출시일이 같은 만큼 공시 변경 날짜도 유사해진다. 공시지원금도 유사하게 올라가게 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된다”며 “월요일에 한 사업자가 공시를 먼저 하면 다른 사업자는 지원금 공시를 변경하기 위해 목요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최소 3일간 독점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 요일은 주말시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 기대와 달리 통신 및 유통업계는 오히려 이같은 단통법 개정안이 이용자 차별을 조장해 혜택을 줄이고, 유통망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하며 반대 목소리를 제기했다. 통신사와 이동통신유통협회는 방통위에 단통법 개정안 관련 반대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추가지원금 30% 상향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유통망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 우위가 확대돼 골목상권이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원금 차별화를 확대해 이용자 차별로 전이될 수도 있다. 공시주기 단축의 경우, 가입시점 3~4일 차이로 이용자 차별이 나타나 고객 불만과 혼선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추가지원금 지급 규모가 상향된다면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통신3사는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있다. 이는 실적에 타격을 주고,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신3사 모두 효율적 비용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전과 유사하게 마케팅비용 예산을 결정할 경우, 한정된 재원에서 나눠써야 하는 식이기 때문에 추가지원금이 30%로 2배 상향됐다고 해서 모든 유통망에 동일하게 늘어난 재원을 나눠줄 수 없게 된다. 대형 유통망과 집단상가 중심으로 판매장려금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통신사와 제조사 재원으로 쓰이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추가지원금은 유통망이 직접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부분이다. 유통망은 수수료와 판매장려금 중 일부를 떼서 추가지원금으로 사용한다. 대형 유통망은 30% 추가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동네 대리점에서는 15%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유통망에 더 부담을 주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시지원금 규모를 줄이고 추가지원금을 높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지원금 하한선을 정한 것도 아니고 대형, 직영, 불법 기업 유통채널 관련 장려금 차등 규정 등을 통해 유통망을 보호하는 단서를 달지도 않았다”며 “조삼모사 법안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추가지원금에서 5만원 더 혜택을 받더라도, 공시지원금을 줄이면 실질적인 고객 혜택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근본 취지는 이용자 차별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15% 추가지원금은 합리적 차등으로 생각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것”이라며 “이를 늘리면 이용자 차별 소지는 더 커질 수 있고, 시장교란 행위까지 더해질 수 있어 고객 혜택이 증가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가 공시지원금을 적게 책정하면 25% 요금할인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공시지원금 재원은 국내 제조사와 통신사가 함께 마련하지만, 요금할인 부담은 통신사 몫이다. 공시지원금을 줄이는 건 통신사 스스로 부담을 높이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반발이 크다는 점은 방통위도 동의하고 있다. 당초 예정된 3월에서 두 달가량 늦게 단통법 개정안을 발표한 이유도 이해관계자 반대 의견이 컸기 때문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위원장은 “이해관계 충돌돼 상당한 반발 있을 것 생각된다. 인상폭 30%의 경우, 이용자를 위해 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게 맞다는 주장도 있겠으나 반대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을 합법으로 끌어들이는 측면 있어 문제는 줄어들것으로 생각되나 제도 틀을 벗어난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이용자 차별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단속해달라”고 언급했다.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을 위한 단통법 개정안은 법률개정 사항으로 향후 입법예고 등 정부 입법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국회에서 최종결론을 내려야 한다. 통상 6개월정도 소요되지만, 내년 대선 정국까지 맞물린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더군다나, 업계 반발로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방통위는 국회 제출 후 개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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