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5년 전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했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네이버와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스타트업을 찾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해 먼 미래 시너지까지 예측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죠. 우리는 그들을 ‘아웃라이어’(outlier)로 정의하고, 좋은 아웃라이어들을 찾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네이버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SF’(D2 Startup Factory)가 출범 6주년을 맞았다. D2SF가 지난 6년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70개, 총 투자액은 400억원에 이른다. 전체 투자팀을 보면 후속투자유치 성공율은 70%, 생존율은 무려 99%다. 이들 스타트업들의 전체 기업가치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무서운 성장 기세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 지표들 외에도 네이버 D2SF의 투자 저력을 증명하는 것은 실제 네이버가 몇 년 전부터 점 찍어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현재’다. 대표적으로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스타트업 ‘퓨리오사 AI’는 법인도 설립하지 않은 2017년 당시부터 네이버가 투자를 한 곳이다. 얼마 전 8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는 “당시 우리의 비전에 공감하고 힘을 실어준 유일한 투자자가 네이버 D2SF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네이버는 왜 5년 전부터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했을까? 8일 네이버가 진행한 D2SF 6주년 맞이 밋업 행사에 등장한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사진>는 그 이유에 대해 “막연한 생각으로 투자했다”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양 리더는 “퓨리오사 AI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딥러닝이 생소하던 시절이었고 특히 반도체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잘 만들지 않냐 생각하기 쉬웠는데, 저희는 앞으로 AI 인프라가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은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퓨리오사 AI는 네이버가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웃라이어’였다. 양 리더는 “단기적으로 네이버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과 반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언젠가는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스타트업들을 아웃라이어라고 정의했고, 실제로 좋은 아웃라이어를 어떻게 잘 찾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 D2SF에 따르면, D2SF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이러한 아웃라이어들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었다. 2015년 20% 비중이었던 아웃라이어들은 2019년 60% 비중까지 차지했다. 당장은 불확실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과반을 넘었다는 의미다. 이들 아웃라이어의 투자 당시 예상 시너지는 49%였지만 실제 몇 년 후 시너지는 71%로 껑충 뛰어올랐다. 여기서 ‘시너지’란 네이버와의 기술 교류부터 실제 서비스 개발,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력 성과들을 일컫는다.
양 리더는 D2SF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기술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네이버의 다양한 조직과 이어주는 ‘코디네이터’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D2SF가 지난해 818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D2SF에 가장 기대하는 항목 1위가 ‘네이버와의 교류·협력’이었다.
이미 투자팀 중 71%가 네이버와의 접점을 찾는데 성공해 구체적인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일례로 창업 직후 D2SF 투자를 유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라이는 네이버랩스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구축했고, 네이버랩스는 이를 활용해 고도화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ALT에 탑재했다.
네이버는 연내 완공 예정인 제2사옥에도 1개층 규모로 스타트업을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수십 팀의 스타트업들이 전용 공간으로서 이곳을 사용할 예정이다. 양 리더는 “기술 스타트업과 네이버가 다양한 기술을 함께 실험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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