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U 등 부족 사태 재발 방지 차원 ‘공급망 재편’ -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실리콘웍스 제주반도체 등 거론 -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유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완성차업체가 전례 없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부랴부랴 물량을 늘리고 있으나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대차는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과 요구 사양을 논의하는 등 메인 협력사를 정하는 단계다.
차량용 반도체로는 1대당 약 200개가 투입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이 있다. 최첨단 제품은 아니지만 필수재다. 인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1만 시간 이상의 테스트도 필요하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작년 하반기부터 발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시장이 침체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은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정보기술(IT) 기기용으로 전환했다. 이후 자동차 수요가 반등하면서 주요 제조사가 발주를 진행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동안 현대차는 독일 인피니언·네덜란드 NXP·일본 르네사스 등에 차량용 반도체를 의존했다. 현대차는 관련 칩 재고를 넉넉하게 확보한 덕분에 경쟁사 대비 손실이 적었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로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까다로운 공급 조건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관련 분야에 집중하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는 셈이다.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정부 주도하에 마련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통해 필요한 반도체 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로는 현대오트론을 인수한 현대모비스가 자체 개발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할 곳으로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실리콘웍스 제주반도체 등이 거론된다. 이들 업체는 MCU 기술을 갖췄거나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업체를 특정하기보다는 전방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는 주로 8인치(200mm)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데 8인치 생산능력이 빡빡해 12인치(300mm) 웨이퍼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는 후문이다.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앞서 현대차와 그룹 간 교감이 있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12인치 반도체를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곳인 점도 한몫했다. 대만의 경우 자국 팹리스 위주로 물량을 처리하고 있어 현대차 등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뭔가 발표할 정도로 전개된 시점은 아니지만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