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홈쇼핑에 스토리텔링을...SK스토아 ‘디지털 스튜디오’ 차별점은?

이안나
왼쪽부터) SK스토아 영상기술팀 김성환 매니저, 천태경 매니저, 강혜진 매니저, 한호운 매니저
왼쪽부터) SK스토아 영상기술팀 김성환 매니저, 천태경 매니저, 강혜진 매니저, 한호운 매니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홈쇼핑 방송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세트 제작과 그 세트를 보관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일반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고정 스튜디오를 지어놓으면 방송이 진행되는 몇 개월씩 꾸준히 사용하지만 홈쇼핑은 다르다. 1시간마다 상품이 달라져 그에 어울리는 세트를 짧은 시간에 계속 바꿔줘야 한다. T커머스(데이터홈쇼핑)처럼 녹화 방송으로 진행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SK스토아 영상기술팀<사진>은 상품을 잘 보여주기 위해 공간을 구성해주는 세트 디자이너들이다. 여러 상품이 같은 공간 같은 자리에서 판매가 되지만 매번 다른 공간 다른 장소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하루 9개 정도 상품을 가져와 매번 다르게 배경을 구현하려고 하면 종종 공간과 비용, 연출력 등에서 제약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스튜디오를 접목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영상기술팀 김성환 매니저는 “전 세계를 봐도 한국처럼 짧은 시간에 세트 교체를 위해 인력을 사용하는 곳은 없다”며 “미국·일본 홈쇼핑만 하더라도 공간은 그대로 두고 상품만 계속 바뀌지만 국내에선 채널이 금방 돌아가는 환경이라 눈길을 끌 만한 요소들을 세트에 반영하고 빈번한 교체를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SK스토아는 3개 스튜디오 중 한 곳에 초대형 벽면 스크린인 미디어월을 설치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별도 세트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세트 설치·해체·보관 비용은 물론 폐기물까지 줄여 연간 세트 제작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다. 추후 미디어월을 전체 스튜디오로 확장할 경우 절감 효과는 70% 이상으로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미디어월의 가장 큰 장점은 PD들이 구현하고 싶은 장면들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령 기존 1시간 촬영 시간 중 담을 수 있는 연출 장면은 3~4컷 정도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연출이 어렵다 보니 PD나 MD들이 특정 장면 영상이 필요할 경우 이를 협력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미디어월을 활용하면 제습기 하나를 판매할 때도 옷방·침실·비오는 날 거실 등 배경이 여러번 교체돼 상황별 연출이 가능하다. 제품에 따라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론 디지털 스튜디오 도입은 T커머스 업계 전반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트 제작 비용 절감 및 효율화, 몰입도 높은 영상 제작이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SK스토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시간 렌더링(완성 예상도)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완성 작품을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기다림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한호운 매니저는 “미디어월 크기에 따라 영상 크기도 커져 기존 3D 작업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렌더타임이 최소 5~10시간이 걸리지만 실시간 렌더링 프로그램으로 5~10분 안에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며 “결과물이 금방 나오니 현장에서 PD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즉각 컬러나 재질 등을 반영해 수정작업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SK스토아가 실시간 렌더링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기존 3D 툴들이 모두 다루기 어렵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복잡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홈쇼핑 현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직관적인 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고 이미 다음 단계인 혼합현실(XR) 스튜디오까지 고려해 최종 선정했다.


실시간 렌더링 프로그램에 기반한 디지털 스튜디오 구축으로 현장 분위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홈쇼핑 스튜디오를 보면 짧은 시간에 상품·세트를 교체해야하기 때문에 협력사가 상품을 준비하는 동선과 세트 제작·해체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흔했다. 거대한 장식품 등을 밀차에 싣고 옮기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항상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사라져 훨씬 쾌적하고 사고 위험도 현저히 떨어진다.

한 매니저는 “현재는 안정화 단계여서 프로그램 수를 급작스럽게 늘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디지털 스튜디오 도입 이후 방송 준비시간은 리얼 세트 세팅 때보단 체감적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덧붙였다.

SK스토아는 현재 벽체 부분만 미디어월로 구축을 했다. 이를 먼저 안정화시킨 후 XR스튜디오까지 확장해 시청자들에게 훨씬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하는게 목표다. 현재 미디어월은 고정된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형식으로 2D에 가깝다면 앞으로 제공할 XR은 카메라 관점에 따라 공간 자체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XR은 CF나 영화를 촬영할 때 사용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홈쇼핑 영역에서 시도된 적은 없는 기술이다.

보통 가상 작업을 위해선 배경에 녹색 혹은 파란색 크로마를 사용하지만 홈쇼핑에선 상품 색상이 굉장히 다양하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크로마 색과 동일한 색상 상품이 전시될 경우 화면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SK스토아는 크로마 아닌 미디어월 기반 XR 스튜디오를 구상하고 있다. 가상현실(VR)기기를 쓰고 특정 공간 구석구석을 돌아보던 것처럼 홈쇼핑에서 이러한 장면이 구현되는 셈이다.

한 매니저는 “모든 홈쇼핑이 똑같은 방식과 장면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이 점점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타사에 비해 미디어월 도입이 늦긴 했지만 거기 더해 XR프로그램을 더 빨리 도입해 트렌드를 선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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