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환점 맞은 ‘아래아한글’··· 한컴 기술소장 “폐쇄적이라는 이미지 벗겠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개방형 문서포맷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었습니다. hwp 대신 기계판독형(머신리더블) 문서포맷인 hwpx를 기본 포맷으로 변경한 것은 이런 요구에 부응한 것입니다.” (정원석 한글과컴퓨터 기술연구소장)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은 지난 4월 자사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이하 한글)’의 기본 문서포맷을 ‘hwpx’로 변환하는 정기패치를 실시했다. 한글의 문제점으로 지목받아 온 ‘hwp’의 폐쇄성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hwpx가 새로이 개발된 문서포맷은 아니다. 한컴은 지난 2010년 hwpx를 개발했다. ‘한글 2010 SE+’ 버전부터 hwpx 파일을 실행할 수 있었다. 다만 기존에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누른 뒤 파일 형식을 hwp에서 hwpx로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정기패치 이후 한글을 설치한 경우 기본 문서포맷이 hwpx로 설정됐다.

정 소장은 “hwpx는 사람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hwp의 경우 스펙이 공개돼 있기는 하지만 0과 1로 구성된 2진수로 돼 있었다. 반면 hwpx는 영문자로 구성돼 파일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AI나 빅데이터 등 개발을 위해 응용하기 쉬운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은 10년도 전에 hwpx를 개발했음에도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hwp를 기본 문서포맷으로 사용해 왔다. 이 배경에 대해 묻자 정 소장은 “고객의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hwp의 폐쇄성이 문제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한글을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hwp냐, hwpx냐에 큰 의의를 두진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오피스의 기본포맷을 ‘doc’, ‘ppt’에서 ‘docx’, ‘pptx’로 변경했을 때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한 사례도 있다.

개방형 문서표준을 개발했음에도 hwp 사용울 유지하며 비판을 받아왔던 한컴이 변하게 된 데는 경기도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디지털 표준화 추진이 영향을 끼쳤다. 작년 10월 경기도는 특정 소프트웨어(SW) 문서포맷을 지양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실상의 ‘탈 한글(hwp)’ 움직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공기관은 한컴오피스의 최대 수요처다. 한컴은 이미 개발해뒀던 문서표준을 기본포맷으로 변경함으로써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정 소장은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글, 한셀, 한쇼, 한PDF, 한워드 등으로 구성된 ‘한컴오피스’는 2년 주기로 신규 버전이 출시되고 있다. 현재 최신 버전은 2020으로, 오는 10월경 ‘한글 2022’가 출시될 예정이다.
한글과컴퓨터의 SNS 게시글을 캡처한 후 한OCR로 변환
한글과컴퓨터의 SNS 게시글을 캡처한 후 한OCR로 변환

눈여겨 볼만한 점은 신기술의 추가다. 한컴오피스 2020에서는 광학문자인식(OCR) 기능인 ‘한OCR’이 추가됐다. 이미지 내 텍스트를 문서파일로 변환해 준다. 기능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개선을 통해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정 소장은 새로이 출시될 2022 버전에서는 음성인식 등 신기술이 접목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MS나 구글, 네이버 등 테크 기업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음성 받아쓰기’나 음성파일에서 텍스트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녹음 전사’ 등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권 기업들에 비해 한국어와 한글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글 2018부터 쓰이기 시작한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도 계속해서 탑재된다. 부산대학교 AI연구실과 나라인포테크가 개발한 이 맞춤법 검사기는 국내서 가장 정교한 수준의 맞춤법 검사기로 꼽힌다.

SW 패키지 판매 방식과는 별개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 소장은 “기술 발전이 굉장히 빨라지는 상황에서 2년의 텀을 두고 제품을 내놓는다는 게 트렌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패키지 판매와는 별개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해 판매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컴은 오는 8월 개발자들의 개발 노하우나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 ‘개발자 센터’를 개설한다.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조치로, 긍정적인 개발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소장은 “그동안은 ‘우리 중요 기술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된다’, ‘보안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안으로 숨기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부 개발자들이 알고 있는 것, 하고 있는 것을 외부에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벤처 1세대 기업으로서 개발 생태계를 리딩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피력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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