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구글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간이 없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또 파행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법안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TBS 감사청구권 상정을 빌미로 6월 국회 일정을 모두 보이콧 했다.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도 결국 열리지 않았다. 야당이 빗장을 걸어잠그고 여당이 전전긍긍하는 사이, 산적한 ICT 현안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게중에는 때를 놓치면 안 되는 현안도 있다. 구글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바로 그것이다. 앱마켓 공룡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구글은 오는 10월이면 국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자사 결제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 30%를 부과할 방침이다. 정책 시행은 10월이지만 국정감사와 대선 이슈 등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한 이달 안에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처리돼야 한다.

현재 국회 과방위에는 총 7건의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계류돼 있다. 독점적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7월 당시 과방위 소속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발의를 했으니, 논의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야 모두 힘을 실은 법안이었으나, 야당이 작년 국정감사 막바지에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동력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에 야당의 명분 없는 시간 끌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의 유불리와 부작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인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을 논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동안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논할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라서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때다. 한국이라고 해서 구태여 구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주도한 레지나 콥 하원 의원이 국내 인앱결제강제금지법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통상마찰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국가간 힘을 합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은 국내외 사업자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일반법이기 때문에 굳이 따져봐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야당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로 직격탄을 맞게 될 국내 앱 개발사들과 콘텐츠 업계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이들은 구글의 인앱결제가 현실화될 경우 늘어난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가 외면한 앱 콘텐츠 생태계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생태계가 독점 앱마켓 사업자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여야 갈등은 잠시 접어두고, 적어도 당장 시급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라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없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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