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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돈이 아니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본격화된다. KBS가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 이사회는 6월 30일 오후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1월 27일 이사회에 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한 지 155일 만이다. 당시 경영진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 뒤 이사회는 간담회 등을 거쳐 월 3800원이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이사진 11명 중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의결됐다.

방통위는 KBS로부터 인상안을 받으면 60일 안에 의견서를 추가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확정된다.

양승동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결을 많이 해오셨는데 오늘 안건은 특히 KBS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2023년 공영방송 50주년을 맞아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KBS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으로 결정된 이후 40년째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인상을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의 반대에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하며 무산된 바 있다. 공영방송의 가치, 물가상승률 등 모든 것을 감안할 때 KBS 수신료 인상은 당연해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야당의 반대는 물론, 국민여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2월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반대했다. 또한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5월27일부터 6월20일까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49.9%만 인상에 찬성했다.

야당이야 정치적 견해차로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국민 여론은 왜 늘 좋지 않을까.

수신료는 준조세로 인식되는 만큼, 국민적 동의가 필수다. 사실상 세금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방만한 경영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뼈를 깍는 자구노력 없이 수신료만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의 구조는 다른 방송사들과는 다르다. 고위직급에 쏠림현상이 지나친 수준이다.

KBS는 2017년 감사원의 감사 및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2019년 직급체계 변경을 통해 책임직급(M직급)과 실무직급(G직급)으로 다시 변경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관리직급과 1직급을 폐지하고 2직급 갑에서 5직급까지 통합정원을 분리했다.

이는 절대적으로 비중이 높으면서 동시에 고임금을 받고있는 직급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급변경이 이뤄져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직급 변경 후 1~2직급(현 M1~M3, G0~G2) 직급이 예나 지금이나 조직전체의 인건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봉이 1억 이상인 G3(3등급) 이상 인력은 직급체계 개편 전인 2019년 2665명이었지만 체계 변경된 2020년(9월 기준)에는 2661명으로 차이가 없다.

숫자직급이 영어직급으로만 바뀌었을 뿐 세부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감사원은 KBS 상위직급이 높은 이유에 대해 "승급기간이 짧고 특별한 흠결이 없으면 자동승급되는 제도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액 연봉을 받고 그에 합당하는 업무를 하면 되지만 그렇지도 않다.

상당수가 무보직자다. 현재 KBS가 밝힌 무보직자 비중은 1500여명 수준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A센터 B팀의 경우 1직급 직원 4명이 2직급 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체육관 관리, 복리후생 상담, 체육대회 업무, 전세금 대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관리직급 직원이 2직급 팀장 밑에서 지로대금 납부나 펌뱅킹 업무를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1직급 직원이 2직급 팀장 밑에서 금여공제 관리 업무 등 평직원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밖에 2직급 무보직자들 일부도 도서관 단행본 수집, 사업지사 행정서무, 화상회의 관리 등 업무 난이도나 책임수준이 낮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하위직급보다 높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연봉에 걸맞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6월 30일 성명을 통해 국회로 공이 넘어올 경우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 힘은 "공영방송 KBS에 국민은 없고 직원 46%가 연봉 1억 이상이라는 집단 이기주의만 확인됐다"며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 편파 방송 등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수신료 인상을 무엇을 믿고 강행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양 사장이 국민 여론을 뒤집을 만한 혁신적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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