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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에 커져가는 불만들…자율규제 필요 vs 결국 '도돌이표'

왕진화
사진=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사진=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강제적인 '게임 셧다운제'가 국내 게임 이용자 다수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화두에 올랐다.

이는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게임에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이 12월부터 제한된다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지에서부터 비롯됐다. MS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인수한 후, 보안 문제 등으로 기존 계정을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 계정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을 공지하며 발생한 논란이다.

MS는 셧다운제가 실시되는 시간에 특정 연령대(미성년자)를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성인만 계정 가입을 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 사안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뒷배경엔 정부가 시행 중인 해당 규제가 깔려있다.

지난 2일 네이버 마인크래프트 팬카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이하 우마공)' 측은 국내 마인크래프트 관련 단체 9곳과 함께 '한국 마인크래프트 성인 게임화에 대한 공동 성명문'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들은 셧다운제 때문에 마인크래프트를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셧다운제로 인해 MS의 Xbox Live는 국내에서 미성년자의 이용이 금지됐다. 사실상 해당 규제로 인해 오직 한국에서'만' 미성년자가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임의로 생년월일을 설정하고 가입을 시도했다. 부모님의 권한(동의)이 있어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떴다. 사진=MS Xbox 계정 가입 페이지 갈무리
임의로 생년월일을 설정하고 가입을 시도했다. 부모님의 권한(동의)이 있어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떴다. 사진=MS Xbox 계정 가입 페이지 갈무리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가 취지인 법이다. 현행 법안에서는 '인터넷(PC)게임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발생하자,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 후 시행했다.

현재 여론은 자율적으로 청소년 및 가정에서 게임을 이용, 혹은 지도할 수 있도록 강제적인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여가부가 귀 기울이지 않는 이상 셧다운제 폐지 논의는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자칫 '도돌이표'로만 끝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례로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후보들이 게임산업 진흥을 기치로 셧다운제 폐지를 내세우며 표심을 얻었지만, 끝내 셧다운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또, 이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에는 여가부가 보여왔던 그간의 행보도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5월 국회에선 게임 셧다운제 진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시민단체, 학자 등 다수는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한 셧다운제 개선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가부에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셧다운제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해당 규제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끝내 합의점을 내진 못했다. 또, 여가부는 지난 3월 기존 셧다운제를 2023년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마공의 성명문이 공개된 당일, 여가부는 마인크래프트의 청소년 이용제한이 정부 결정에 의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여가부는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게임의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이 12월부터 제한된다는 사항은 MS사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일 논란이 가시화된 이후 오늘(5일)까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러한 여가부의 강경한 입장 속에서도 여론과 정치권은 셧다운제 폐지를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청소년 보호 취지는커녕 한국 게임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일부 청소년들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 계정을 만드는 식으로 우회하며 게임 플레이를 한다. 또, 셧다운제는 PC 인터넷 게임에만 규제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은 통제 범위에 들지 않는다. 그 사이 게임 플랫폼 점유율은 PC에서 모바일로 크게 옮겨졌다.

특히 정치권은 해당 규제가 강제성을 지닌 것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PC 인터넷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내세웠다. 해당 법률안은 '선택적 셧다운제' 활성화가 골자다. 자정이 되면 청소년의 PC 인터넷 게임을 강제로 금지하는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이 담긴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도 부모 등이 허용하면 밤 12시가 넘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냈다.

여론은 지난해 어린이날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가 마인크래프트에서 캐릭터화된 것을 거론하며 셧다운제에 대한 여가부 및 정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당시 청와대는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맵(지도)'를 공개한 바 있다.

"여가부가 한 이야기는 한국 전용 서버를 위해 MS에게 게임을 뜯어고쳐 만들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 개발비용은 생각보다 막대해 차라리 연령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둔 듯하다", "곧 있으면 청와대가 19금 성인물을 국내 어린이들에게 제작, 배포한 촌극이 돼버린다" 등 네티즌의 댓글 분위기는 냉소적이다.

우마공은 마인크래프트가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게임 산업을 퇴행시키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는 입장이다.

우마공 측은 "한국은 이대로 마인크래프트조차 성인 게임으로 전락해버린 전무후무한 게임 시장이 될 것"이라며 "종국에는 과거의 명성을 추억하며, 게임 산업을 망가뜨린 망국적인 결정에 후회하기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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