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광고·위해상품 피해…e커머스 내 플랫폼사업자 책임 범위는?
- 제4회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 명시한 소비자안전을 위한 플랫폼사업자들의 책임에 대해 당위성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수익창출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맞춤형 광고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명확한 조문이 명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9일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제4회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소비자 안전과 프라이버시 보호’ 주제로 개최됐다.
이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3월 내놓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하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입법 예고를 마친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전상법 개정안에선 위해물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사업자와 플랫폼운영자의 위해방지조치 의무를 신설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상품 등이 소비자에게 위해 또는 손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온라인 판매사업자에게 회수·수거·폐기 또는 판매 중지 등을 요구하는 조치다. 이는 최근 전자상거래 대부분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플랫폼 운영자 책임이나 의무를 규정할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플랫폼 사업자들이 위해상품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발제를 맡은 신지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운영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조치의무 내용 범위가 너무 넓다”며 “과연 플랫폼 운영자에게 상품 자체의 하자 등에 관하여 조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플랫폼 운영자가 원칙적으로 실물 상품 유통 자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를 위한 정보유통에 관여할 뿐 현물 상품 유통에 관여하지 않아 플랫폼 운영자는 실제 현물 상품에 관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없다는 이유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무수한 제품 중 어느 것이 위해 물품인지를 판단하고 골라 낼 책임을 플랫폼 운영자에게 일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개선 방향으로 “플랫폼 운영자가 부담해야 할 조치의무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조치의무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면 플랫폼 운영자의 조치의무 없이는 소비자의 심각한 피해가 예견되는 상황이라는 등 추가적인 요건을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또한 그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플랫폼운영자가 위해상품 아닌 것을 위해상품으로 오인해 차단 등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면책될 수 있는 명시적인 법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전상법 개정안에선 소비자에 관한 정보 이용 등이라는 표제 하에 맞춤형 광고 등 정보이용 시 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광고 규제 적절성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발제를 맡은 정신동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전상법 개정안을 EU 디지털서비스법안과 비교하며 맞춤형 광고 효율성과 이용자 프라이버시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규제수준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논의가 많이 된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 단계가 아닌 이를 토대로 광고를 내보내는 단계에서 사업자들이 준수해야하는 규제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맞춤형 광고는 일반적인 광고가 아닌 개인 특성이 반영된 타겟팅 광고”가며 “특정 광고가 전송되면서 이용된 기준들, 즉 사용되는 개인들의 특성 내지 행태 유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맞춤형 광고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상법 전부개정안에선 맞춤형 광고와 관련한 정보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는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가령 맞춤형 광고 ‘내용과 방법’을 소비자에게 고지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해석의 어려움을 야기한다.
반면 맞춤형 광고를 수신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이용자의 권리는 법률 차원으로 정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향후 예상치 못한 여러 세부 쟁점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부 가이드라인 제시 형태가 더 적절할 수 있고 완전한 강제성을 부여할 내용은 어느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집중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선 맞춤형 광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권순홍 네이버 사업정책 부장은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해외사례를 그대로 가져와 국내에 적용하려해선 안된다”고 했다. 또 맞춤형 광고를 할 시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에 관해서도 “AI까지 적용되면 투명성 제고 조치도 애매해질 수 있다”며 “사업자들이 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법률로 규정하기보단 가이드라인 등으로 조절해가는 방향이 맞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 전영재 서기관은 “디지털경제 시장이 역동적인 환경에선 기본적으로 지금 규율체제로 소비자 보호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이 모든걸 다 규율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영역까지 법 테두리 안에 둬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전 서기관은 신 교수의 위해방지조치 실효성 의문제기에 대해 “입점업체들에 포괄적 책임을 부여하는 입법을 제안했는데 가능한지에 대해선 목적·체계에 맞춰 신중히 검토해야한다”면서도 “조치에 관한 내용들이 입법내용한 규정보다 명확히 해야할 것을 공감한다. 조문에 관해 특별히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맞춤형 광고 규율과 관련해선 “맞춤형 광고 타깃이 자신인지, 대중인지 오인하는 걸 막기 위해 내용을 고지하는게 최소한의 장치로 보고 있다는게 공감한다”며 “업계와 소통하면서 불필요한 게 있으면 없애고 문제가 된다고 하는건 받아들여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안 적용을 소규모 플랫폼은 면제해야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 서기관은 “독점 규제 문제에 있어선 소규모 기업 면제가 합리적이지만 전자상거래 이슈에선 적용 어렵다”며 “소규모 플랫폼에도 피해가 소규모이진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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