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공급난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업계 모두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수급 불균형으로 주요 원재료인 반도체 기판 원가는 계속 상승세다. 관련 업체들은 수익성 향상 효과를 누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평균 가격은 2021년 2분기 들어 약 10% 올랐다. 지난 1분기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 기판은 패키징용과 모듈용 등으로 나뉜다. 부족 사태가 촉발한 분야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쓰인다. PC 노트북 등 판매가 급증하면서 작년 말부터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한국 삼성전기·대덕전자, 일본 이비덴·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난야 등이 공급업체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의 FC-BGA 수급 경쟁이 펼쳐지면서 기판 업체의 가격협상력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증설을 고려하거나 이미 진행 중이다. LG이노텍도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활용되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3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유니마이크론 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1 FE’가 부품 부족으로 출시 일정이 미뤄지는 등 AP 조달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
FCCSP는 국내 기업이 강세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이 포진돼 있다. 이중 코리아써키는 FCCSP와 메모리 모듈용 서브스트레이트 등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생산량을 조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정 제품 가격은 20~30% 오를 정도로 반도체 제조사의 원가부담이 재작년과 작년 대비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당분간 기판 부족 사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기판 업체에는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핵심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 단가가 급상승한 점도 반도체 기판 몸값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구리 가격이 작년보다 2배 이상 뛰면서 CCL도 덩달아 비싸졌다.
한편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기 위해 중저가 PCB 사업을 일부 정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고밀도회로기판(HDI)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연내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다. HDI는 중국 업체가 다수 진출했으며 RFPCB의 경우 비에이치 영풍전자 등이 삼성전기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