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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급물살 탄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중복규제·통상마찰 논란 돌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마침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6건을 병합한 안건조정위원회 대안을 20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오전에 열린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의결돼 전체회의에 회부된 것이다.

다만 인앱결제 방지법과 관련해 ‘졸속 입법’이라며 법안 심사 자체를 거부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조정위에 이어 전체회의에도 끝내 불참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앱결제 방지법은 소관 상임위 의결에 힘입어 국회 통과까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로선 국회 과반이 넘는 여당 측이 인앱결제 방지법 통과에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사실상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 정부 실태조사 권한 강화

인앱결제 방지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게 자사 결제시스템(인앱결제) 등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 핵심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앱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 권한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법안 제50조1항에서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금지행위(제9호~제13호)를 규정했다.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제9호) ▲다른 앱마켓에 모바일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제10호) ▲모바일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제11호) ▲앱마켓에서 모바일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제12호) ▲그밖에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제13호) 등이다.

따라서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자사 앱마켓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국내외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자사 결제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려고 했던 구글의 시도는 제동이 걸리게 된다.


◆ 공정위 ‘중복규제’ 우려에도…주도권 잡은 방통위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금지행위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간 소관 다툼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앞서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인앱결제 방지법이 일부 공정거래법과 중복된다는 의견을 표명했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를 규정한 법안 제50조1항9호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과방위 판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제10호와 제13호의 내용은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대표적인 반경쟁·차별행위 관련 금지조항과 같다”라며 중복규제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 부분은 공정위가 전담토록 해 모든 산업에서 동일하게 법집행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그러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는 앱마켓 사업자를 규제함에 있어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당국이 배제되선 안 된다고 맞섰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제9호부터 제13호까지 조항은 앱마켓 사업자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간 관계에 있어 부당하게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사례를 나열한 것이고, 어느 것만 빼고 넣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일반경쟁의 문제이므로 방통위는 빠지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중복 규제는 차후 집행과정에서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법안이 과방위를 통과함에 따라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권한을 보다 면밀하게 갖출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다만 공정위 측은 여전히 공정거래법과의 중복규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데다 부처간 이견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향후 법사위 상정시 변수가 될 여지는 있다.

◆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 근거 없다” 판단

일각에서 제기된 통상마찰 우려에 대해서도 여당은 선을 그은 상태다. 그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은 인앱결제 방지법이 자국 기업을 겨냥했다며 반대 견해를 내비쳐왔다. ITI코리아(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 한국지부)는 해당 법안과 관련해 최근 안건조정위에 “WHO 협정과 한미 FTA를 위배하는 것”이라며 “미국 회사만을 선별적으로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은 한미 FTA상 내국민 대우 위반”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법안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든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기업만 겨냥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지나친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역시 “해당 법안은 미국의 특정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국민 대우를 위반한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여전히 통상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체회의 의결 직후 성명서를 내 “공정위의 규제에 중복되는 규제라는 의견, FTA 위반 소지 등 통상문제가 우려된다는 의견 등 입법 이후에 생길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면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민주당은 7월 통과라는 시나리오에 맞춰 강행처리 수순을 밟았다”고 비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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