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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없는 유료방송규제 완화…이해관계 속 방식은 제각각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OTT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유료방송은 레거시 미디어로 자리하고 성장 정체와 함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기존 미디어에 대한 규제 중심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디어 법제정비에 앞서, 유료방송 시장 경쟁력을 제한하는 규제를 하위법령에서 우선 폐지‧개선해 최소한의 규제 형평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유료방송제도 개선 움직임에 업계는 공감한다.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케케묵은 법규제도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방송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폐지‧완화해, 현행 법체계 내에서 가능한 제도 개선방안을 먼저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총 6개 항목 24개 과제를 제시했다.

다만, 유료방송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는 규제 완화라는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세부 과제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사안에 따라 A에겐 유리하고, B에겐 불리할 수 있어서다.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사는 이번 개선안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홈쇼핑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IPTV 업계는 유료방송 제도 개선안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부실 PP 퇴출 제도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프로그램 사용료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거나 경쟁력 없는 PP 몫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유선방송사(SO) 측은 세부 과제에 추가 의견을 더했다. 과기정통부는 전체 운용 TV 방송채널 수 기준을 70개에서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SO는 채널 수 제한을 없애고 플랫폼 사업자의 자유로운 상품구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채널 수, 구성, 운영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경직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SO 측은 점진적 선계약 후공급 도입을 위해서라도 채널 정기개편을 연 2회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정기개편 횟수를 연 1회로 현행 유지하되 예외사유를 규정하기로 했다. SO는 정기개편을 1회로 한정하면, PP 계약과 정기개편 시점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해설했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특정 사업자에 의해 개편이 이뤄지지 못하면 계약이 완료된 다른 사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재송신의 경우, 효용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HD를 대체할 수 있는 보편적 시청 대상이 아닌 만큼, 정부에서 사업자에게 강제 또는 의무로 할 사안이 아니다. SO와 위성방송 ‘상한 요금제’를 IPTV와 동일하게 ‘정액 요금제’로 도입하기로 한 개선안에는 우려했다. 과다 경품 지급에 대한 사전적 규제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본규모가 적은 SO는 오히려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렴한 가격에 SO 상품을 이용하는 가입자 또한 가계통신비가 인상될 수 있다.

PP업계는 주요 개선 과제와 상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과기정통부는 SO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홈쇼핑을 포함한 PP업계 모두 반대했다. 지역채널을 이용해 지역경제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이 광역 홈쇼핑 방송으로 변질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도 40번대 이하 낮은 채널 번호 대역에서만 홈쇼핑과 티커머스 채널 17개가 진입해 있다. 과다하게 많은 홈쇼핑 채널 속에서, 상품소개판매 형식 방송 확대는 지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널 정기개편 개선과 관련해서도 의견 차이를 보였다. 채널번호의 빈번한 변경은 시청자 불편을 유발하고, PP 채널 운영 사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기개편 횟수를 현행대로 연 1회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P 측은 “채널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채널을 송출하고 있기에, 유료방송사가 편의에 따라 채널번호를 변경하더라도 고스란히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채널 계약이 완결된 이후라면 추가적인 채널번호 변경에 대해 유료방송사와 PP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할 수 있게 되니, 정기개편 제도만 개선하기보다 선계약·후공급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스트PP 채널에 대해서는 운용기준 내용을 보강하거나 적절한 사후규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테스트PP 채널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 미지급 기간을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오히려 1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투자 없이 채널 커버리지를 지렛대 삼아 광고매출만 노리는 속칭 좀비PP들이 테스트 채널을 이용하거나, 유료방송사가 특정 PP 콘텐츠 사용료 규모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PP업계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의견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소유‧겸영 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해 PP 대형화와 콘텐츠 투자 확대를 꾀한다. 이에 PP는 매출 점유율 규제(전체 PP 방송사업매출액 33% 초과 제한)도 같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가조건 간소화의 경우, 방송의 공적기능 보장과 사업자 간 공정경쟁 확보 등을 고려해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허가조건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은 “사업자 찬반이 있으나, 유료방송 업계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즉시 개선할 수 있는 단기 과제 중심으로 검토했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유료방송 자율성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 입법을 먼저 진행한 후 대통령령,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고치는 순서대로 개정해야 하지만, 여의치 못하나 상황에서는 하위법령을 먼저 손질해야 한다”며 “전체적 틀 속에서 종합적으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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