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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 대전-上] 배달앱·유통업계 너도나도 퀵커머스…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당일배송·새벽배송도 늦다. 이젠 주문하면 분 단위로 달려오는 ‘퀵커머스’(즉시배송) 시장이 배달업계와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됐다.

시작은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었지만, 근래엔 스타트업부터 유통 대기업까지 참전하며 대규모 투자와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 그리고 기업들의 물류 테크 경쟁이 맞물린 결과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는 생필품과 식료품 등을 단시간 내 문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배송에 걸리는 시간은 1~2시간에서 15분 안팎까지 바짝 짧아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상품이 필요할 때 즉시 받아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졌다. 여기에 배달앱과 e커머스 시장 플레이어들의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발빠른 배송 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연 것은 2019년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B마트’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30여개 도심 물류센터를 세운 B마트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선별해 보관해놓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달하고 있다. B마트의 매출은 2019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2187억원으로 크게 성장했고, 1년 만에 배달의민족 전체 매출에서 B마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19.9%로 빠르게 확대됐다.

이후 배달앱간 퀵커머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난해 퀵커머스 서비스 ‘요마트’를 출시했고, 여기에 쿠팡이 가세하며 판이 커졌다. 쿠팡은 이달 초 서울 송파구 지역을 우선으로 ‘쿠팡이츠 마트’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에 상품을 보관해두고, 퀵커머스 전담 배달원을 따로 배치해 배송 시간을 기존 30분~1시간에서 15분 내로 대폭 줄였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퀵커머스 서비스를 위해 전담 배달원을 두겠다는 건 제대로 자본 싸움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앞서 쿠팡이 음식 단건배달을 안착시킨 것처럼 퀵커머스 속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들도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날이 커지는 소비자들의 빠른 배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었겠지만, 한편에는 배달앱 업체가 주도하는 퀵커머스가 기존 유통 영역까지 흡수하며 급성장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유통업체들은 기업형슈퍼마켓(SSM)과 편의점 등을 활용해 퀵커머스의 핵심인 도심 물류거점 확보에 한발 앞설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쿠팡에 밀린 e커머스와과 달리 퀵커머스는 근거리 물류거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기업들도 ‘해 볼만 하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식품 위주인 배달업체들과 달리 품목을 더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최근 현대차그룹과 함께 이동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활용한 신선식품 즉시배송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10~30분 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이번 주부터 압구정 본점 반경 3㎞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은 당장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 등 전국 오프라인 점포 1만5000여개가 물류거점이 된다. 여기에 참여형 도보배달 플랫폼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출시해 배송 경쟁력을 넓히고, 부릉·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앱 시장에 매물로 나온 요기요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요기요를 통한 퀵커머스 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업종을 뛰어넘은 스타트업간 협공도 눈에 띈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인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15일 새로운 퀵커머스 플랫폼 출시를 위한 합작법인(JV) ‘브이’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유통 물류 역량, 전국 규모의 온오프라인 물류 인프라를 결합해 퀵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벽배송도 쿠팡과 SSG닷컴 등 많은 이커머스업체들이 제공하며 e커머스의 주력 서비스가 됐다”며 “퀵커머스도 시장 참여자가 늘고,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새벽배송처럼 보편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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