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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카카오모빌리티 요금인상 논란, 플랫폼 경제의 역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택시호출과 전기자전거 요금을 잇따라 인상하면서 이용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와 사업자들을 끌어모은 카카오가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80%를 차지할 쯤 본격적으로 수금 본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한편에서는 그러나 시장 논리를 전제로, 기업의 수익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단 카카오모빌리티가 어떤 요금을 얼마나 인상했는지 살펴볼까요?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카카오T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월 9만9000원의 ‘프로 멤버십’ 출시가 시발점이었습니다. 이 멤버십은 원하는 기사들만 가입하면 되는 상품이긴 하지만, 특정 목적지로 가는 호출(콜) 목록을 빠르게 확인하는 기능 등이 포함돼 있어 콜 잡기 경쟁이 치열한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사실상 필수 선택지로 떠올랐죠.

최근엔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때 배차율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의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이용자들의 지탄을 샀습니다. 다음 달 6일부터는 일부 지역 공유형 전기자전거 요금을 분당 100원에서 150원으로 인상키로 하면서 원성이 더욱 커졌는데요. 연이은 요금 인상에 기사들과 이용자들 사이에선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사실 카카오모빌리티도 할말은 있습니다. 프로 멤버십의 경우 기사가 가입하지 않더라도 빠른 배차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부가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호출 역시 탄력 요금제이기 때문에 빈 택시가 많은 지역에선 이용자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요. 자전거 또한 기존 1500원(15분)의 기본요금을 없앴기 때문에 단거리 이용자에겐 이익이 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오는 2022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7년 이후 4년 내리 100~2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그동안 적절한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수년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것을 언제까지고 이어갈 수 없을 것이고, 특히나 상장이 예정된 시점에서는 제대로 된 몸값 평가를 위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의 택시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카카오T 이용자는 집앞까지 편리하게 택시를 불러올 수 있고, 타기 전에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으니 일부 기사들의 배차 거부도 줄어들었습니다. 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가 애매했던 지역에서는 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죠. 이러한 편리함을 계속 공짜로만 누릴 수 없다는 논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출시 초기 최대한 많은 이용자들을 포섭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이용자들이 모이게 되면 기업의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때 필수적으로 이용자들의 저항을 받게 되죠.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도 플랫폼을 통해 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쉽사리 이용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게 바로 플랫폼 경제의 역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 됐든, 사업자와 이용자들 입장에서 요금 인상은 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관건은 요금 인상에 맞는 서비스의 질이 담보되느냐일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플랫폼의 생명은 곧 이용자이고, 아무리 시장 1위 사업자라 하더라도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생존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이용자 중심의 혁신 서비스를 계속해서 고민해나가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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