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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벽 넘은 KT, 현대HCN 인수 조건부 승인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는다. KT 유료방송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가 1년여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아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인허가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인수는 확정적이다.

공정위(위원장 조성욱)는 지난 18일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주식취득 건 등을 심의한 결과 2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KT스카이라이프는 2020년 10월13일 현대HCN 및 현대미디어 주식 각 100%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1월6일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시장 시장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결합을 승인하되,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시장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8VSB는 별도 셋톱박스 없이 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주파수 전송방식을 말한다.

공정위는 직접적인 경쟁관계, 원재료 의존관계 방송‧통신상품 중심으로 10개 상품시장을 확정했다. 이 중 디지털유료방송, 8VSB방송 2개 시장에서는 결합으로 인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초고속인터넷시장 등 8개 시장에서는 안전지대에 해당하거나 결합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증가분이 미미한 점 등을 종합 고려해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디지털유료방송시장에서는 결합으로 인한 합산 시장점유율, 경쟁압력 약화, 경쟁자와 생산능력 격차, 가격인상압력(UPP) 분석결과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 8개 구역별로 결합으로 인한 합산점유율은 1위(59.8%~73%)며, 2위 사업자와 격차도 35.4%p~59.3%p까지 확대된다.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던 KT 계열과 결합함으로써 해당구역에서 케이블TV 요금인상을 억제하던 경쟁압력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설문 결과, 현대HCN 디지털 케이블TV 요금을 10% 인상하면 KT계열 인터넷TV(IPTV)‧위성방송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43.6%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번 결합으로 결합상품 구성 등 서비스 제공능력 격차가 커졌을 때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견제력도 충분치 않다. 또, UPP 분석 결과 디지털 케이블TV 가격인상 유인도 존재했다. 실시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아직 유료방송 대체서비스로 보기는 어려우나, 최근 이용률 증가 등 경쟁제한성 완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8VSB방송의 경우, 8개 방송구역별로 잠재적 경쟁 감소, 진입장벽 증대, UPP분석결과 경쟁제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8개 방송구역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00%로 독점사업자이기 때문이다. KT 및 KT스카이라이프는 8VSB 유료방송시장 가격 인상 등을 억제해 오던 잠재적 경쟁자였지만, 결합하게 되면 이러한 잠재적 경쟁이 감소할 수 있다.

모든 방송구역에서 인접시장인 디지털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사업자 점유율이 60.6%에서 68.9%로 증가하면서, 8VSB상품 채널당 단가는 183.3원에서 90.7원으로 지속 낮아지고 있다. 해당 방송권역에서 100% 독점사업자임에도 채널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말은, KT 등 경쟁사로부터의 경쟁압력에 직면해 왔음을 의미한다.

KT계열이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모든 방송플랫폼을 구비하면서 결합상품 제공능력 등 시장진입에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UPP분석결과, 가격인상 유인이 존재한다. 8VSB상품에 대한 소극적인 마케팅, 인센티브 및 요금할인 축소 등 소비자피해 소지가 있고, IPTV등 고가상품으로의 전환 유도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에 공정위는 ▲케이블TV 수신료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단체가입 수신계약 체결거부·해지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신규가입·전환가입 때 불이익조건 부과행위 ▲수신계약 연장·전환 거부 ▲고가형 상품전환 강요를 금지하고, 채널구성내역과 수신료 홈페이지 게재·사전고지 의무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서울 관악구·동작구, 부산 동래구·연제구등 8개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행기간은 2024년 12월31일까지며, 기업결합 완료된 날부터 1년이 경과한 후부터 시정조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수년 전부터 진행된 방송통신사업자간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함으로써 방송통신융합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피해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방송통신 규제기관과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첫 기업결합 사례로, 심사과정에서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정보 공유 등 상호 협력했다. 급변하는 기술‧혁신시장 기업결합에 대해 기업이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되, 경쟁제한에 따른 폐해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 과기정통부 허가 등 후속절차가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정부 승인심사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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