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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카카오, ‘상생’ 카드 꺼냈지만…실효성은 ‘의문’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카카오가 다급히 ‘상생’ 카드를 꺼냈다. 논란이 된 꽃·간식 배달 등 골목상권 사업을 철수하고, 업계와 상생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각에선 그러나 ‘여론 무마’용이란 쓴소리도 적지 않다.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의 핵심은 골목상권 사업 철수지만,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수수료 문제에 대한 개선책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4일 카카오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전체 회의를 열어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상생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계열사 중에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은 곳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유일하다. 최근 카카오를 향한 비판이 거세진 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갑작스런 카카오T 요금 인상을 추진한 것이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이사회 내부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쓴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요금 인상 논란이 일었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하는 한편, 지역별 ‘가맹택시 상생 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했던 꽃·간식 등 배달 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밖에는 뚜렷한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별 상황도 있고 업계 파트너들도 엮여 있는 문제다 보니 순차적으로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우선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이 앞으로 카카오가 가야 할 큰 방향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만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카카오와 관련해 골목상권 논란이 일어난 곳은 카카오모빌리티만이 아니다. 카카오가 진출한 업종 중에서는 미용실·네일샵·영어교육·유아장난감·골프장 등 혁신과 다소 동떨어져보이는 사업들이 아직 많다. 그럼에도 각 계열사 대표들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철회하는 데 반발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을 불문하고 카카오가 진출한 시장에서 수수료로 잡음이 일어나는 곳도 여전히 많다. 일례로 미용실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헤어샵은 동네 미용실 상권을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네이버에선 결제 수수료 2.9%를 제외하고 예약 수수료가 없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업계 상생을 위해 내놓은 ‘변동 요금제’도 업계 일각에서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정 수수료 20% 대신 수요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라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대리운전 업체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를 내림으로써 이용자와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두 카카오에 집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를 따라 수수료를 낮추기가 어려운 중소 대리운전 업체들의 경우 대기업과 수수료 경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성원 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로선 수수료가 커다란 문제”라면서 “카카오는 단기 처방이 아닌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침탈해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 계약 관계에 불공정 행위를 하는 일들이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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