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은 칼럼

[취재수첩] 삼성전자의 '우주'를 키우기 위해 해야 할 것

백승은
- S펜·삼성페이 장점 살린 폴더블
- ‘개방성’ 기반으로 갤럭시 생태계 구축…‘폐쇄성’ 애플에 대적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처음 아이폰 사용자가 된 건 2017년이다. 특별히 애플 제품을 선망한 건 아니다. 그저 어쩌다 보니 손에 넣게 됐을 뿐이다. 사용한 뒤 큰 감동이 찾아와 그 뒤로 모든 애플 기기를 찬양하게 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5년을 거의 꽉 채운 지금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패드를 비롯해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시중에 있는 대부분 애플 제품을 손에 쥐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어느 순간 아이폰의 깔끔한 외관과 화면 배열에서 나오는 '감성'에 스며들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장점은 거미줄처럼 끈끈하게 구축된 애플 생태계다. 애플 아이디 하나면 어떤 기기에서건 그동안 깔아 뒀던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작업은 물론이고 결제까지 손쉽게 할 수 있다. 이런 편리함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약정이 끝나고 새 스마트폰을 살 때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매번 삼성전자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정말 갤럭시로 떠나야지'라는 다짐을 반복했다.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을 할 수 없는 점은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 어찌어찌 해결될 일이었지만 결코 풀 수 없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애플펜슬과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갤럭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그 때문일까. 갤럭시를 사용하는 지인은 언제나 주머니가 가볍다. 지갑이나 수첩이 필요 없다. 손에 쥔 갤럭시 스마트폰 하나로 삼성페이를 이용하고 S펜으로 메모를 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S펜과 삼성페이의 활용성을 높였다. '갤럭시Z폴드3'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중 처음으로 S펜을 지원한다. '갤럭시Z플립3'는 기기를 열 필요 없이 커버 스크린을 두 번 터치하고 지문을 인식하면 간편하게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두 가지 업그레이드는 기존 갤럭시 유저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 아이폰 유저인 본인에게는 꽤 큰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작은 부분에서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한다면 '애플빠'의 마음을 뺏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삼성전자가 S펜과 삼성페이 다음으로 발전해야 할 부분은 보다 촘촘히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실제로 이번 '갤럭시워치4 시리즈'에서 구글과 공동 개발한 '원UI 워치'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며 스마트폰과 연동성을 강화했다. 삼성전자가 구축 중인 갤럭시 생태계의 기조는 '개방성'이다. 개방성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협업하며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폐쇄성을 기반으로 최적의 사용자경험을 선사하는 애플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이와 같은 삼성전자의 정책은 '이번엔 정말 갤럭시로 떠나야지'라는 문장을 어느 순간 '이번엔 정말 갤럭시로 떠났다'로 바꿀 수 있을까. 승산은 충분해 보인다.
백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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