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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e커머스 퇴장...잘 나가던 ‘이베이·인터파크·다나와’ 매각

이안나
-‘쩐의 전쟁’ 돌입한 e커머스 시장서 애매한 위치 한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1990년대부터 2010년 초까지 국내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던 1세대 e커머스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인수된 데 이어 인터파크도 여가 플랫폼 야놀자에 넘어가게 됐다. 다나와도 매각 대상을 찾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독자생존’만으론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지난 14일 인터파크는 주 사업인 전자상거래 사업부문 매각 우선대상 협상자로 주식회사 야놀자를 선정, 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야놀자는 거래금액 2940억원에 인터파크 전자상거래 부문 지분 70%를 사들이기로 했다. 대규모 거래인만큼 실사 진행과 본계약 체결까진 최소 두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행‧공연‧쇼핑‧도서 부문 등이 매각되면서 실상 소비자 입장에선 인터파크 전체가 넘어가는 것으로 봐도 무리 없다는 평가다. 인터파크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자회사 아이마켓코리아와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등 헬스케어‧바이오 사업만을 유지한다.

최저가·무료배송시초 인터파크, 코로나19 직격탄에 매각=‘인터넷 테마파크’ 줄임말인 인터파크는 지난 1997년 설립된 국내 1세대 e커머스 업체다. 아마존과 이베이(1995년) 설립 시기와 비슷하다. 인터파크는 국내 최초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지위를 다져 1999년 e커머스 업체 중 처음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싸니까 믿으니까’를 표어로 내건 ‘최저가 보상제’나 ‘무료배송’도 인터파크가 일찌감치 시작했다. G마켓도 원래는 인터파크가 운영했다. 인터넷경매업체 ‘구스닥’ 브랜드를 2003년 ‘G마켓’으로 바꾸고 오픈마켓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옥션·11번가 등 강력한 경쟁업체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G마켓과 함께 오픈마켓 3강 구도를 형성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인터파크는 2008년 핵심 자회사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하고 공연·여행·도서 분야 등 문화 플랫폼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인터파크는 종합몰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국내 공연·티켓 예매 시장 점유율은 최근까지도 70%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고 실적이 악화됐다. 올해 공연 및 여행 업계 회복이 조심스럽게 관측되면서 인터파크도 지난 7월 매각 사실을 알렸다.

◆흑자사업 이베이·다나와도 올해 M&A 시장 등판=알짜배기 G마켓을 인수했던 이베이코리아도 올해 새 주인을 맞았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국내 업체 옥션을 인수하고 막강한 경쟁자이던 G마켓까지 추가로 사들였다. 이베이코리아는 한때 국내 오픈마켓 점유율 70%를 넘는 독보적인 사업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쿠팡·네이버 등 신규 업체 등장으로 2010년 2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7%까지 떨어졌다. 지속적인 점유율 정체기를 걷다 신세계에 3조4400억원 매각을 확정했다.

2000년 설립된 국내 가격비교 플랫폼 다나와 역시 매각 과정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진행한 예비입찰엔 KG그룹과 코리아센터가 참여했다. 각각 결제사업 혹은 가격비교 플랫폼 ‘에누리닷컴’과의 시너지를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나와는 2002년 법인 전환, 201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PC 주요부품 가격비교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을 제휴사로 두고 전 카테고리를 망라하는 종합 가격비교사이트로 성장했다. 2011년 이후 매출과 영업익은 지속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1세대 최후 수단 매각, 업계 퇴장인가 새로운 시작인가=적자폭이 확대된 인터파크부터 정체기에 접어든 이베이코리아, 수익을 늘려가던 다나와까지. 최근 실적과 상관 없이 1990~2010년대 국내 온라인 시장을 이끌던 1세대 업체들이 연이어 새 주인을 맞거나 찾고 있는 셈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매각을 결정하는 건 더 이상 독자생존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대형 기업과 전폭적인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점유율을 높이거나 트렌드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이 사이에서 1세대 업체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엔 부담스럽고 신규 투자를 받기에도 어려운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국내 e커머스 가치가 재조명받기 시작한 만큼 빠르게 팔수록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반영됐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아이디어 자체가 힘이 돼 투자를 이끌고 사업을 확장하지만 오래된 회사, 특히 상장이 된 상황이라면 새롭게 뭔가 해보고 싶어도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는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에도 G마켓·옥션을 유지한다고 밝힌 것처럼 야놀자와 다나와 인수업체도 각각 인터파크와 다나와를 기존 서비스에 통폐합시키기 보단 별개 플랫폼으로 유지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가 탄탄하고 그만큼 충성 고객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인은 바뀌지만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로 브랜드가 존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세대 업체들 매각을 새로운 출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바뀌고 있으니 여기서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고민한 결과가 매각”이라며 “그런 점에서 1세대 업체들이 퇴장한다기보단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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