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딜라이트닷넷] ‘오징어게임’과 망 사용료 논란

권하영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한국산 K-콘텐츠도 다시금 조명받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런데 오징어게임이 쏘아올린 논쟁거리도 있습니다. 바로 ‘망 사용료’입니다. 넷플릭스와 통신사간 첨예한 대립각이 오징어게임을 중심으로 세워지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일단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이 지난 25일 넷플릭스 뉴스룸에 낸 메시지를 보겠습니다.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 환경에서 넥스트(Next) 오징어게임이 탄생하고 꽃피울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다음 오징어게임을 볼 수 있으려면 ‘무료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어쩐지 협박 아닌 협박으로도 들립니다. 넷플릭스는 지금 망 사용료를 못 내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즉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습니다. 망은 통신사 몫이지, 자기들이 그 부담을 같이 안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예전엔 이 논리가 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글쎄요. 글로벌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하면서, 통신사들은 과거보다 망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양은 모자랄 지경이죠. 망이 늘어나는 만큼 단순 유지·관리에만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됩니다.

실제, 매년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이 2018년 5월 50Gbps에서 올해 9월 기준 1200Gbps로 3년만에 24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국내 다른 통신사들은 물론 해외 통신사들도 이와 다르지 않은 실정일 겁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못 내겠단 이유 중 하나로, ‘OCA’를 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자체 CDN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캐시서버 프로그램(OCA)를 통해 통신사들의 망 비용을 절감시켜주겠다는 겁입니다. 그런데 사실, 넷플릭스 논리대로라면 통신사에 요금을 내는 게 맞습니다. 다른 CDN 업체들은 이미 다들 그러고 있거든요.

국내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글로벌 CP로서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들은 이미 통신사들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이들은 “역차별”이라고까지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죠. 디즈니도 페이스북도 망 사용료를 내는데, 넷플릭스만 요지부동입니다.

국회와 정부에서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대형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를 위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망 연결을 요구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망 사용료에 대해 직접 언급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청와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 등에 대해 총리가 챙겨봐달라”는 당부를 전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