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中도 반도체 자료 요청한다면…그때는?

김도현
- 반도체 업계 “국내 기업 보호할 수 있는 제도 필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이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공급망 정보를 수집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도 대상이다. 당초 요구와 달리 민감한 내용을 뺐으나 이례적인 상황에 약 1달 반 동안 업계가 술렁였다.

문제는 추가 자료 요청이다. 대다수 업체는 미국 상무부가 원하는 수준에 미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명분으로 시작한 만큼 두 번째, 세 번째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일(현지시각) 지나 레이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물자생산법(DPA) 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행보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건 중국이다. 9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미국이 세계 반도체 위기를 앞세워 기밀 데이터를 강탈했다. 실질적으로 명백한 약탈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 언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은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 핵심 기업에 대해 반도체 제재를 시행 중이다. 중국에 생산거점을 둔 해외 기업마저 현지로 주요 반도체 장비를 들이지 못할 정도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압박 수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향후 중국도 미국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미국 못지않은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자국 시장 통제가 가능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 중국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사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상황이 악화할수록 양쪽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미국의 숙제에 대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결국 정부가 이들의 메신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으로 떠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히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핵심 정보 등을 유출할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기업에서는 이를 명분으로 간접적인 거절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번 건을 시발점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인 만큼 대응 방안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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