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유통공룡 변신③] 이베이 품은 신세계, 롯데 아닌 쿠팡과 ‘맞수’ 되나

이안나
유통시장 무게 중심은 확연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전통적 대면 채널과 서비스에 충실했던 유통 공룡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필수다. 네이버·쿠팡 등 e커머스 업체들을 추격하는 전통 유통공룡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신세계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했다. 오는 15일부터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 종속회사가 된다. 이로써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e커머스)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적자를 감수하며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 명실상부한 온오프라인 시장 ‘강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1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3119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6조원을 돌파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조724억원이다. 작년 국내 유통기업 처음으로 연간 매출 2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 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성장 견인 역할을 한 건 온라인사업 중심 자회사들이다. SSG닷컴 3분기 별도 총거래액(GMV)은 전년동기대비 28% 신장한 1조4914억원이다. 1~3분기 누적 총거래액은 20% 증가한 4조72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총거래액이 3조9000억원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올해 1.5배 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패션 전문몰 W컨셉도 3분기 총거래액 7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신장했다.

단 몸집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마트 영업이익은 108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8.2% 감소했다. 특히 SSG닷컴 3분기 영업적자는 38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1억원이 늘었다. 이마트는 “업태 간 경쟁 심화 및 플랫폼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용을 집행했다”며 “전국단위 물류 인프라 확충과 테크 인력 확보, 신규 고객 유치 등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베이 인수로 공산품 강화…직매입 중심 쿠팡과 대결=신세계는 롯데와 오랜 ‘맞수’였다. 올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두 기업이 마지막까지 경쟁했지만 결국 신세계가 승기를 쥐었다. 이후 신세계는 당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는 지분 교환을 혈맹을 맺었다. 중장기적으로 쿠팡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온오프라인 융합전략을 준비 중이다.

쿠팡은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 키우기를 우선해 온 기업이다. 전국단위 물류센터를 설립하는데 대규모 비용을 투입해 ‘빠른 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기존 대형마트들은 쿠팡에 고객을 뺏기는 상황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국내 유통 공룡 중에선 신세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쿠팡 추격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식품군에 강점이 있던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활용해 비식품군 역량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세계는 쿠팡처럼 자체 물류센터 확장을 계획 중이다.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투자한다는 방침이다.3조4000억원을 들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물류 인프라 투자,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마트 수익성은 한동안 계속 악화할 수 있다. 서울 마곡 부지와 이마트 가양점·본사 등을 잇달아 매각하고 SSG닷컴 기업공개(IPO) 시기를 1년가량 앞당긴 점도 대대적 디지털 사업재편을 위한 ‘총알’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이다.

◆ 몸집 커진 신세계, 조직문화 융합+수익성 과제=
쿠팡이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고객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다면 SSG닷컴은 신세계 계열사를 활용한 유료 멤버십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SSG닷컴 유료 멤버십 출시 예정으로 주요 콘텐츠는 스타벅스, 이마트 등 포함한 계열사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네이버와의 제휴,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창출 전략도 차츰 구체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몸집이 커진 신세계에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이마트-이베이코리아 인수 건 승인을 발표하며 “온라인 장보기시장은 쿠팡프레시·마켓컬리 등이 오픈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성공적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네이버쇼핑·11번가 등 장보기 카테고리를 개설한 대체 오픈마켓도 다수 존재해 이번 결합이 경쟁사업자 판매선을 봉쇄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는 즉 신세계가 이베이 인수 후에도 독보적인 ‘강자’는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3조4000억원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수익성도 확보해야 한다.여기에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화학적 결합 여부도 주목된다. 오랜 시간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한 전통 유통기업 이마트와 외국계 정보기술(IT)기업 이베이코리아의 조직문화가 매우 상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지배적 분석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네이버·쿠팡·신세계 3강 구도가 형성된 것이 맞다”면서도 “다른 플랫폼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었는데 신세계가 이를 어떻게 운영하고 시너지를 낼 지에 따라 3강 체제가 유지될 수도, 2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