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웹툰산업 경쟁력 달린 구글갑질방지법, 마지막 전투까지 승리해야”

최민지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인터뷰
-외부결제 허용한 구글, 수수료 꼼수…웹툰산업 타격 우려
-“시행령‧고시에 결제수단→결제시스템으로 명확히 해야”
-전방위적 연대‧협력 필요성 시사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최초의 전투(구글갑질방지법 제정)에서 승리했지만, 최후의 전투에서 승리자로 남아야 합니다.”

‘구글갑질방지법’ ‘인앱결제강제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세계최초로 시행된 가운데,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앱 내 결제)를 강제하지 않도록 법안을 마련한 것에 그치지 말고, 규제 우회 시도까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구글 수수료 결제 정책을 겨냥한 발언이다. 구글은 국내법 준수를 위해 외부결제를 허용하겠다 밝혔으나, 수수료율을 6~26%로 정했다. 인앱결제 10~30%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신용카드 수수료와 외부결제 시스템 운영 비용 등을 합하면, 차라리 인앱결제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에 구글이 수수료 꼼수를 통해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무력화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서범강 협회장은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수많은 창작자와 종사자분들이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냈기에 한국이 처음으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유명인사들도 한국을 지지하고 이 법안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틈 없이 긴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투는 이어지고 있는데, 상징성만 있는 최초의 승리만 거둔다면 결과적으로는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외부결제를 사용하면 인앱결제 때와 달리 보호를 해주거나 혜택을 제공하지 않음에도, 역할 없이 26% 수수료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사실상 기존 상황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구글이 역할 없이 수수료를 편취하고, 사실상 인앱결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 협회장은 이를 위해 촘촘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시행령과 고시안을 마련했다. 인앱결제를 강제할 경우, 매출액 2%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업자와 대표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규제 우회 시도 등을 방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서 협회장은 결제수단을 결제시스템으로 명확하게 하지 않는 부분 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회는 방통위에 의견서를 전달하며 “결제수단의 앱 내 구축, 구현, 실행 및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결제시스템을 포함한다”를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결제수단을 실질적으로 구현‧운영하는 기초가 되는 결제시스템을 적시해야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만큼, 플랫폼은 수수료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태계 역할 기여와 의견 수렴은 필요하다.

서 협회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웹툰 플랫폼은 한국 웹툰산업에 역할을 하고 있으니 수수료를 받을 만한 권리와 권한은 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있지만, 대화하고 협의할 수 있는 테이블은 마련돼 있어 합리적 방안을 만들 수 있다”며 “구글은 다르다.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덧붙였다.

구글코리아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하고 있지만, 인앱결제강제방지법과 관련해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웹툰‧웹소설 업계와는 대화 창구를 열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한국만화가협회, 웹툰작가협회, 창작스토리작가협회 등 11곳과 연대해 인앱결제강제금지법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 협회장은 “웹툰‧웹소설 창작자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이들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하는데, 구글은 제안조차 없이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며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일부 웹툰‧웹소설을 담당할 테니, 구글과 문제를 공유하고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세계에서 급성장한 웹툰 종주국은 대한민국이다. 과거 한국은 일본에서 만화를 수입해 왔지만, 이제 웹툰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지위에 올랐다. 매년 많은 창작자와 중소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생계형인 곳들이 다수다. 이로 인해 인앱결제 관련 과도한 수수료 정책은 웹툰산업 경쟁력에도 직결될 수 있다.

서 협회장은 “일방적인 구글 수수료 정책이 이뤄진다면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익도 줄어들고 소비자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며 “위축된 산업 속에서 창작자 기회는 줄어든다. 해외로 강력하게 진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웹툰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구글과 애플이 앱 생태계에 앞장서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온 많은 창작자와 개발자,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글은 인앱결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비게임 앱 유료상품을 구매하는 한국 이용자에게 결제액 15%를 할인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규제 우회 꼼수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글의 답이 인앱결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모션이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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