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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넷플릭스, 망사용료 법정 2라운드 열린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의 항소심이 곧 시작된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는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거나 최소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어 넷플릭스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1심에서도 이미 패소를 한 터라 궁지에 몰린 넷플릭스의 항소심 대응이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는 이날 오후 2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심 첫 변론 준비 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내라며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목적의 반소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양사의 다툼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자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냈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4월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원고(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피고(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넷플릭스는 이에 반발해 항소했고, SK브로드밴드도 맞소송에 나섰다.

이번 항소심에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CP로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음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가입자가 요금을 냈음에도 망 이용대가를 또 내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는 논지도 계속될 수 있다.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인 ‘오픈커넥트’로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넷플릭스는 1심이 끝난 후 국내에서 직접 기자 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여러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주장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사장과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디렉터 등은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를 통해 트래픽을 최소 90% 이상 줄이고 비용도 사실상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도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오픈커넥트와 관련해서도, SK브로드밴드는 ISP의 망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 캐시서버까지 국제구간에서 트래픽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국내 가입자들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가 전송되는 국내구간에선 트래픽 규모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은 양면시장이며 일반 가입자와 별개로 넷플릭스와 같은 CP 역시 망을 이용한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그래서 지난 9월 “인터넷 망은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데다 SK브로드밴드가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만큼, 항소심에선 망 이용대가 지급 규모 등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넷플릭스가 다른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ICT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는 망 이용대와 관련 법안이 잇따라 나온 것 역시 넷플릭스엔 악재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과 전혜숙 의원·김상희 부의장·이원욱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망 이용대가를 내거나 부당한 계약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픈커넥트로 망 이용대가를 대신할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글로벌 대형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넷플릭스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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