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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강조하던 이커머스, 울상 짓는 납품업체 더 늘었다?

이안나
- 공정위 '유통분야 거래 관행 서면실태조사' 발표
- 온라인 플랫폼 ‘갑질’막는 온플법 두고 산업계-중소상공인 갈등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흐름과 달리 불공정 행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등 대규모 온라인쇼핑몰 입점 납품업체 16%가 판매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28개 주요 대규모유통업체와 거래하는 7000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쿠팡·카카오 선물하기·마켓컬리·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 4개사 매출액은 2019년 약 8조원에서 지난해 15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 4개사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1500곳은 다른 유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행위유형별로 보면 대금지연을 경험했다는 납품업체 비율은 7.9%로 전년(3.8%)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관련 사례로 온라인쇼핑몰과 직매입 거래에서 대금 지급 기간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실제 대금 미·지연지급에 대한 불공정행위 경험률은 온라인쇼핑몰 비중이 15.9%로 가장 높았다. 다른 유형 유통업체에선 백화점 4.9%, 아웃렛·복합몰 3.9%, TV홈쇼핑 2.1%, T커머스 0.9% 등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외에도 부당반품, 판촉비용 부당 전가, 배타적 거래 요구, 판매장려금 부당 수취 등 불공정 행위 경험률에서도 다른 업태들에 비해 온라인쇼핑몰 부문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납품 대상 쇼핑몰 상품 판매가보다 타 유통업체 판매가가 더 낮다는 이유로 납품을 거절하거나 악성 재고를 반품하는 행위 등 경험률은 온라인쇼핑몰 2.6%, 편의점 0.8%,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0.4%로 차이났다. 부당하게 판매촉진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 받는 불공쟁 행위 경험률 역시 다른 유통 업태들에서 2% 미만으로 나온 반면 온라인쇼핑몰은 4.1% 였다.

온라인쇼핑몰 부문에서 판매장려금을 요구받았다는 응답률은 5.2%, 계약서면 미·지연교부 2.2%, 대금 부당 감액 3.8% 등으로 나타났다. 대형유통업체와 거래에서 표준거래계약서를 사용하는 비율도 온라인쇼핑몰이 94.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백화점·TV홈쇼핑·복합몰·대형마트 모두 98%를 넘겼다.

이같은 납품업체 불공정 행위 경험률은 그간 이커머스 업체들이 중소상공인 및 납품업체들과의 상생을 강조해온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공정위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시장규모가 증대된 비대면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불공정거래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간 추진했던 오프라인 위주 유통 정책에서 나아가 온라인 유통분야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정책 노력 등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전상법)’ 시행을 추진 중이기도하다. 온플법은 국내에서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약 30여개 국내외 플랫폼에 계약서 교부 의무 등을 부여해 불공정행위 시 최대 10억원 과징금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상법은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면서 피해를 입었을 때, 플랫폼 업체도 책임지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소사업자 등이 온라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힘의 불균형으로 각종 불공정거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 갑을관계 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취지다. 온라인 플랫폼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있어 책임감을 더 강화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다만 산업계에선 디지털 생태계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정부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중소상공인 단체는 플랫폼 업체들의 ‘갑질’을 막아 달라며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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