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검은 호랑이해, 금융권 조직 화두는 여전히 '디지털'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2년 주요 금융사들의 키워드에는 여전히 ‘디지털’이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 금융그룹 차원의 내년도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개별 조직 및 부서 차원의 세세한 인사이동이 남아있긴 하지만 큰 그림에선 ‘디지털’과 ‘플랫폼 비즈니스’ 구현을 위한 조직 구성에 방점이 찍혔다.

◆디지털 혁신에 방점=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28일 그룹 사업부문 체계 고도화 및 디지털플랫폼/ESG/글로벌 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및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

또한, 금융 앱의 리번들링(Re-bundling) 추세,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화 등으로 금융사간, 금융사와 빅테크사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 ‘디지털콘텐츠센터’는 그룹 내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대 고객 콘텐츠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디지털 플랫폼 품질관리 전담조직인 ‘플랫폼QC(Quality Control) Unit’은 고객 관점에서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이 금융과 생활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슈퍼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금융플랫폼본부 ▲고객경험 개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UI/UX 전담 조직인 고객경험디자인센터 ▲디지털콘텐츠 전담 조직인 디지털콘텐츠센터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빅테크에 대응해 KB플랫폼의 성장 추진을 위한 기반 조직으로 디지털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체계적 대응을 담당하는 디지털신사업부와 KB 인증 생태계 확장을 담당하는 인증사업부를 신설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CDO(최고디지털책임자) 산하에 ‘디지털전략팀’과 ‘디지털추진팀’을 분리 신설해 각각 역할을 부여했다. 디지털전략팀은 그룹의 디지털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하고, 디지털추진팀은 그룹사별 디지털 핵심과제 관리, 그룹사간 협업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신한은행은 행내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 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재편했다. 디지털개인부문을 신설, 디지털을 중심으로 소매금융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퍼스트 실현을 위해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DT혁신본부’를 신설했다. 디지털리테일그룹 내에는 ‘DT(Digital Transformation)혁신본부’를 신설, 하나은행 디지털 전환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2022년도 중점추진 항목 중 하나인 ‘디지털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성공적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반인 인재, 기술, 조직, 기업문화의 혁신을 통해 시장 선도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개방형 생태계를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 전면시행 예정인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의 전담부서인 ‘마이데이터 사업부’가 신설됐다. 보다 높은 수준의 초개인화 고객서비스를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혁신기술사업부’도 신설해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의 결합도 추진한다.

농협은행은 내년 1월1일자로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플랫폼부문과 데이터부문을 신설하고 은행장 직속에 디지털전환(DT)전략부를 신설한다. DT전략부는 디지털 신사업 발굴부터 이행 관리, 평가까지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을 맡는다. 기존 경영기획부문에 있던 DT추진혁신단을 부로 격상시키고 디지털금융부문의 일부 기능을 합쳤다.

◆지방은행, 2금융도 디지털 전환 위한 조직개편=BNK금융그룹도 조직 변동성은 최소화하기 위해 소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산은행은 최근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자 기존 ‘디지털금융본부’ 내 ‘언택트영업부’를 ‘고객지원본부’로 편제를 조정해 비대면뿐만 아니라 대면 영업도 포괄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일관된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

JB금융그룹의 광주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본부를 디지털전략본부와 디지털영업본부로 분리했다. 디지털전략본부 산하에 디지털채널부, 마이데이터사업팀을 신설하고 기존 고객센터를 디지털영업본부 산하로 이동 배치해 전문성과 수익성을 강화했다.

교보생명은 기존 디지털혁신지원실을 디지털전환(DT) 지원실로 확대 개편하고 DT추진팀을 신설, 전사적 디지털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디지털신사업팀은 오픈이노베이션팀으로 명칭을 변경해 스타트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키로 했다.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사업화추진TF,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마이데이터파트도 만들었다. 디지털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 빅데이터지원팀과 인공지능(AI)활용팀도 꾸렸다.

KB손해보험은 조직 개편을 통해 는 디지털 IT 부문 산하 부서의 통합 및 신설을 통해 디지털·IT 전문성을 강화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및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신사업 추진과 미래 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NH농협생명도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 디지털전략국을 디지털전략단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이 담긴 연말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마케팅전략부문을 CPC(채널·상품·고객)전략부로 명칭을 변경해 기존 각 채널별로 운영돼 분산돼 있던 마케팅 부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디지털영업본부를 신설하고 변액운용실을 본부로 격상했다. 새로운 디지털 보험의 사업모델을 수립하고 강점을 가진 변액보험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데이터, 디지털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조직개편에 나섰다.

먼저 플랫폼 3대 신사업 개발을 위해 설립했던 'DNA사업추진단'을 'pLay사업본부'로 정규 조직화했다. 또 플랫폼 컨텐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사 조직 R&R 조정을 통해 소비밀착형 생활금융사업과 비금융 혜택까지 제공하는 라이프사업, 가맹점 운영 지원을 종합 제공하는 개인사업자금융사업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플랫폼형 자원관리 체계 강화를 위해 H&I(Human Resources & ICT)그룹을 신설, 전사 인력 및 ICT 전문성을 높이고 플랫폼 사업의 인프라와 프로세스 독립성을 확보키로 했다.

◆외부 인재 조직 융화 숙제=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금융권에선 디지털 전문가 영입이 본격화됐다. 당시 화두가 되었던 빅데이터 전문가를 금융사 내부에서 찾기 어려웠던 만큼 IT기업, 컨설팅 업체, 타 산업군에서 디지털 전문가가 금융사로 옮겨오는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내년이면 7년차에 들어가는 금융사의 외부 디지털 인재 영입은 이제 매해 금융사 인사에 있어 주목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금융사로선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를 내외부에 천명하는 한편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이른바 '디지털 DNA'를 접목하는데 초점을 뒀다.

올해 인사에도 다양한 디지털 전문가가 외부에서 금융사 내부로 수혈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외부 인재 영입이 금융사 디지털 역량 강화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아직 정형화된 결과값이 나오진 않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인재들의 보직이 임원까지 올라가면서 책임은 증대된 반면 결과를 내야 하는 기간도 한정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결과적으로 깊이있는 디지털 성과보다는 당장 보여주기에 급급한 사업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의 역사가 쌓이고 있는 만큼 조직내부의 디지털 역량도 예전과는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부 인재 영입으로 인한 조직 내부에 충격 효과 및 역량 강화를 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고착돼 있는 금융사의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의 필요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