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2022 빅블러시대] “게임, 그 이상의 것” 영역 넘어 새판 짜는 게임사

왕진화
빅블러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전세계에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게임 룰이 바뀌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달라지고, 비즈니스 영역 구분이 모호해졌다. 한국도 이에 빠르게 대응해 빅블러 시대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2022년 임인년을 새해를 맞아 IT 기업들의 합종연횡·신시장 개척 등 위기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컴투버스’ 이미지.
‘컴투버스’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많은 서비스 영역에서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빅블러(Big-Blur)’ 시대다. 전 산업에게 주어진 요즘 과제는 변화 중인 시장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본인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구축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활발한 사업영역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산업군 중 하나다. 게임사 간 경쟁 상대는 이제 더 이상 게임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다. 국내 게임사는 직접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메타버스 창작 플랫폼을 제공하고, 미디어나 웹툰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발을 뻗치며 고유영역을 벗어난 새판을 앞다퉈 짜고 있다.

◆탈(脫)게임 신대륙으로 꼽히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는 신사업에 거침없는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는 ‘컴투버스’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 컴투버스는 ‘올인원 미러월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회·문화·경제 등 현실 세계 시스템을 디지털 세상에 그대로 옮겨와 일상 생활이 그대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전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진짜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한 투자도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지난달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속해있는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경영권을 인수했다.

넥슨은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게임 외에 메타버스 창작 플랫폼 ‘프로젝트 MOD’에 개발력을 쏟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넥슨은 영화감독 루소 형제(Anthony and Joe Russo)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Mike Larocca)가 설립한 AGBO스튜디오에 4억달러(한화 약 48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이 주도했으며, 올 상반기 중 최대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북미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퍼리얼에 300만달러(한화 약 35억5000만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이퍼리얼은 유명인을 기반으로 한 초현실적인 디지털 아바타 ‘하이퍼모델(HyperModel)’ 제작사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이자 네이버 손자회사인 네이버제트에 50억원 간접 투자를 단행했다. 또,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개발사와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유망기업에 투자하는 ‘해시드 벤처투자조합2호’에도 출자했다.

크래프톤은 투자를 통해 메타버스 영역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펍지 유니버스’가 중심인 미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펍지 유니버스는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이 웹툰,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활용된 콘텐츠 전체를 일컫는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MZ세대 잡아라”…게임-이종산업 칸막이 없어진다=
금융권과 유통·식음료업계에서도 신사업 전략으로 게임을 선택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이들 업계에서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기에는 게임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이들과 손잡고 영역 간 융합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넥슨은 이종분야와의 색다른 협업을 자주 진행하는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와의 협업으로 내놓을 예정인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PLCC)다. 이는 게임업계 최초 사례기도 하다.

넥슨은 PLCC에서 얻어진 게임 이용자의 게임 밖 소비와 취향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예정이며, 현대카드는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분석된 이용자 활동과 라이프스타일을 활용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는 데에 집중한다.

식음료 업계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넥슨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는 생수 브랜드 ‘삼다수’와 제휴를 맺었다. 제주삼다수 앱에 추천인 ID ‘DNF’를 입력하고 회원가입 후 제주삼다수와 삼다수 그린 무라벨 등 제품을 구매하면 던파 아이템 쿠폰이 제공된다. 게임에서 쿠폰 입력 시 다양한 아이템이 담긴 ‘삼다수XDNF 송이송이 스페셜 상자’와 함께 제주삼다수 앱 6000원 할인 쿠폰이 지급된다.

넷마블은 하나은행과 함께 금융과 게임이 결합된 모의투자게임 서비스 ‘투자의 마블’을 개발했다. 투자의 마블은 넷마블 모바일 게임 ‘모두의마블’처럼 주사위를 굴려 말판을 이동, 말판 위 ‘투자 상품’에 투자여부와 금액을 결정해, 자산 증감을 경험해보는 금융 체험 게임이다. 투자 수익은 투자 상품의 실제 2년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빅블러는 다양한 산업 간 영역 파괴를 가져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면서 “게임사는 앞으로도 유통업계나 금융권 등과 여러 가지 협업을 진행하고, 이와 동시에 비게임 부문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