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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논란, 10만원 붕괴, 상생 리스크…카카오 리더십 ‘첩첩산중’ [IT클로즈업]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카카오 리더십 신뢰가 무너졌다. 이유야 어찌 됐든, 경영진이 집단으로 900억원 규모 주식을 팔아치우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전례 없는 초유의 먹튀 사태 중심에 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주말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곧바로 1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사퇴를 확정했다. 책임 있는 선택이었음에도,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10일 카카오 주가는 10만원 붕괴를 맞았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40% 하락한 9만66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4월9일 액면분할 이후 단 한 번도 10만원 선 아래로 내려간 적 없었던 카카오가 최저가를 찍었다. 카카오 시가총액 순위는 5위에서 8위로 주저앉았다.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그룹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몸담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전거래일 대비 3.26% 떨어진 14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카카오뱅크 종가는 5만1100원, 카카오게임즈는 7만4200원으로 각각 전거래일보다 7.09%, 0.13% 하락했다.

이날 카카오는 장중에 류영준 후보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공시했다. CEO 리스크를 해소했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카카오 반등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증권사들은 평가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카카오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단 시장을 향한 카카오 경영진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한 번에 처분했다. 류 대표가 스톡옵션 행사로 현금화한 규모는 460억원에 달한다. 경영진이 집단으로 한 번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매각한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주주가치를 등질 수 있는 결정인 만큼, 대기업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류 대표는 카카오 대표 내정자로 임명됐기에,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해충돌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다른 경영진까지 주식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나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상장 한 달여만에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집단으로 주식을 내던지는 모습 자체만으로 시장에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한 경영진 의사결정이라는 점은, 또 다른 측면에서 실망감을 안겼다. 규제 리스크가 가득한 중요한 시기에, 그릇된 판단을 한 인물에게 그룹 수장 역할을 맡겨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번졌다.

노조는 류 대표 내정자 철회를 촉구하고, 집단 쟁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만약, 류 대표를 고수할 시 김범수 의장 이슈로 확대하겠다는 경고까지 한 바 있다.

이미 카카오는 상생 리스크를 가득 안고 있다. 지난해부터 골목상권 침해, 케이큐브홀딩스 중심 지배구조, 문어발식 사업 확장 확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조명받으면서 이례적으로 김범수 의장이 3번이나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카카오 국감’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에 김 의장은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골목상권 논란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5년간 30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구체화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에서는 카카오를 포함한 빅테크 플랫폼사를 겨냥한 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는 또다시 규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틈을 내주고 만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번 먹튀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도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 논의에 나섰다.

김 의장 고민은 깊어졌다. 물론,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 먹튀 사태를 김 의장은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 리더십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피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시도를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우선, 김 의장을 포함한 이사회는 조속히 대표 인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은 “류 전 내정자의 블록딜 사태가 계속 문제 되고 있었지만 선임을 강행해온 지난 과정들은 결국 카카오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셈”이라며 “계열사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가 본사에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 등 예방 대책 수립을 회사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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