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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네이버-카카오, 경영진 재편 속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경영진을 교체한다. 양사 모두 사회적으로 큰 부침을 겪고, 노조까지 나서 조직 쇄신을 요구한 결과다.

최근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카카오는 새로운 대표 체제를 주주총회 전까지 구상해야 한다.

류 대표가 사퇴한 이유는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여 만에 벌어진 경영진 주식 대량 매각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앞서,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한 번에 처분했다. 류 대표가 현금화한 규모만 460억원에 이른다.

카카오 대표 내정자로 임명된 상황에서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으며, 시장에 가격 변동을 주지 않기 위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는 모습은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주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도가 하락했다. 노조까지 나서 류 대표 내정자 철회를 요구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카카오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류 대표는 스스로 카카오 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카카오 이사회는 이를 즉시 수용했다. 카카오는 전 계열사 대상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한 후 바로 시행에 나섰다. 이제 신규 상장 때 최고경영자(CEO)는 2년, 임원은 1년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공동 매도 행위도 금지된다.

이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서 마련한 조치다. CAC는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는 카카오의 컨트롤타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존 공동체컨센서스센터를 재편한 조직으로, 센터장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CAC는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전 계열회사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한다. 계열사 상장과 관련해서도 전면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CAC와 함께 카카오 미래전략의 축으로 불리는 미래이니션티브센터는 남궁훈 대표가 이끈다. 김범수 의장과 함께 카카오공동체 10년을 위한 글로벌시장 공략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통합 로드맵을 구상‧실현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5월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겪었다. 노조는 경영진 책임을 묻고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도 괴롭힘과 경영진 조치 의무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안에서 괴롭힘이 발생했고 그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이것은 회사 전체적인 문화 문제로, 한두 사람 징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권한이 더욱 분산되고 책임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 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성숙 대표를 시작으로 기존 C레벨 4인방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다.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찍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그만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경영일선에서 내려온다. 다음 행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창업공신 채선주 네이버 부사장은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리더십의 안정적인 대외 활동을 지원하고 네이버의 전략적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을 추진한다. 조기 사임한 한성숙 대표는 글로벌 사업으로 무대를 옮길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세대교체에 나선다. 40대 젊은 경영진을 무대에 올린 것.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를 등용, 과감한 경영진 교체를 통해 조직을 쇄신하고 글로벌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또, 기존 C레벨 임원 중심이 아닌 사내독립기업(CIC)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공고히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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