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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블리자드 인수]④ 스팀·에픽게임즈 위협하는 ‘엑스박스 게임패스’

이종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입니다. 인수자인 MS, 피인수자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배경과 인수로 인한 영향 등을 살펴봤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발표 직후 전 세계는 그 규모에 먼저 놀랐다. 이후 피인수 기업이 게임사라는 것과 언 듯 보기에는 시너지가 적을 것 같은데 왜 인수했느냐는 의문성 게시글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실제 콘솔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 MS의 게임 사업 부문만으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설명하기 어렵다. 자연히 사업 확장 및 메타버스와 같은 신사업의 효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인수 발표 당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게임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발언도 이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메타버스의 경우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가 IT 기업들이 만들어낸 유행어일 뿐, 실체가 없다는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실제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서비스 다수가 기존 서비스의 이름을 바꿀 뿐이라고 꼬집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지닌 게임 IP가 메타버스에 특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주목받는 대표적인 게임은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다. 이중 마인크래프트는 2014년 MS가 이미 인수한 바 있다. 언젠가 구현될 메타버스를 위해 투자하기에는 82조원이라는 돈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IT 매체 씨넷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정말 메타버스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함으로써 당장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거나 저변을 확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내용이다.

메타버스라는 형이상학적·미래 지향적인 단어를 떼고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본다면 사업 다각화의 가능성이라는 데 시선이 집중된다.


플레이스테이션과 경쟁하는 엑스박스 특성상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로 MS와 소니의 경쟁구도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이미 양강 구도가 굳어진 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경쟁보다는 오히려 PC 게임 유통망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PC 게임 유통 시장은 ‘스팀’이 지배하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경쟁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팀 천하’다. 2020년 스팀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억2000만명, 2021년 에픽게임즈의 MAU는 5800만명가량이다. 모바일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된다.

MS가 운영하는 ‘엑스박스 게임패스’의 경우 이들에 비해 인지도나 이용률 모두 부진한 편이다. 게임패스의 구독자는 2500만명가량인데, 이는 PC·엑스박스·스마트폰을 합사한 수치로 스팀·에픽게임즈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상황이다.

그간 MS는 PC 게임을 자사 게임패스와 함께 스팀에도 유통해왔다. 반면 블리자드는 자체 ‘배틀넷(Battle.net)’을 운영하며 독자적인 플랫폼을 유지해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IP가 게임패스에 합류하고, 개별 게임 구매보다 경쟁력이 높은 구독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성장은 필연적이다.

게임패스에는 그간 MS가 축적해온 기술이 집약돼 있다. 게임 유통·구독 플랫폼임과 동시에 전 세계 클라우드 게임의 대표주자다. 2020년부터 안드로이드 이용자까지 품으며 영역을 확장했다.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MS는 게임 사업에 ‘진심’이다. 2021년 6월 엑스박스&베데스다 게임 쇼케이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에 올인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한편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와 관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법 규제 통과 여부는 걸림돌이다. 다만 MS가 게임 산업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지는 않은 데다, 인수 후 시너지를 낸다고 하더라도 선두 기업을 추격하는 상황이기에 통과에 큰 걸림돌이 있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계약 당시 MS가 내건 조건도 인수 통과를 낙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MS는 블리자드 딜 무산 수수료(Breakup-Fee)로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을 내걸었다. 규제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한다면 MS는 30억달러의 위약금을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지불해야 한다.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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