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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은 중국 고대문화”…현지 네티즌, 미국 게임사 EA에 억지 주장까지

왕진화
-중국 네티즌 “동아시아권이 축하하는 음력설, 중국 고대문화 영향”
-서경덕 교수, 음력설 표기 캠페인 벌이다 “설날도 훔쳐가는 도둑국” 악플도 받아
-현지 최대 포털 바이두, 한복을 한푸로 버젓이 표기
전 세계 누리꾼이 많이 이용하는 중국에서 개발한 ‘페이스플레이’에서 한복사진 위에 ‘조선족’으로 표기하고(좌), 중국 연변의 한 쇼핑몰에서는 한복을 중국의 전통의상으로 홍보하는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전 세계 누리꾼이 많이 이용하는 중국에서 개발한 ‘페이스플레이’에서 한복사진 위에 ‘조선족’으로 표기하고(좌), 중국 연변의 한 쇼핑몰에서는 한복을 중국의 전통의상으로 홍보하는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나타난 소녀가 등장한 이후로 중국 누리꾼이 한복을 자기네 나라 것이라 주장하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다.

여기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음력 설을 의미하는 ‘루나 뉴 이어(Lunar New Year)’ 또한 “고대 중국 문화 영향을 받았으니 ‘차이니즈 뉴 이어(Chinese New Year)’라는 표기가 더 옳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를 지적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및 한국 네티즌에게는 “설날도 훔쳐가는 도둑국”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비디오게임 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는 지난 1일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The Sims)’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피 루나 뉴 이어(Happy Lunar New Year)’ 문구와 함께 한복을 입은 심즈4 남녀 커플 캐릭터 이미지를 게시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댓글창을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매 운동을 벌이자고 집중 타격 중이다. “다시는 이 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 “이제부터 심즈4 추가 콘텐츠(DLC)를 사지 않을 것” 등의 반응이다.

더심즈가 올린 한복 이미지와 음력설 문구에 중국 네티즌이 “음력설은 고대 중국 문화 연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더심즈 인스타그램 한국어 번역 갈무리
더심즈가 올린 한복 이미지와 음력설 문구에 중국 네티즌이 “음력설은 고대 중국 문화 연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더심즈 인스타그램 한국어 번역 갈무리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Happy Chinese New Year’.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실 제공(출처=방송 화면 갈무리)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Happy Chinese New Year’.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실 제공(출처=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하기도 한 ‘차이니즈 뉴 이어(Chinese New Year)’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잘못된 표기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설날이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기에 ‘루나 뉴 이어(Lunar New Year)’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교수는 “아무리 자국에서 개최한다 하더라도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중국만의 문화인양 소개하는 것은 문화 패권주의적 사고방식이자 올림픽 정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서 교수는 지난 설 연휴 기간동안 음력설 관련 캠페인을 했다가 중국 네티즌 표적이 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플 테러를 받았다.

10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한복’을 검색하면 ‘한푸’라고 등장한다. 사진=바이두 갈무리
10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한복’을 검색하면 ‘한푸’라고 등장한다. 사진=바이두 갈무리
이런 논란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여러 정황을 통해 중국이 동북공정(문화공정)을 펼쳐온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Baidu)’ 백과사전은 10일 기준 아직도 한복을 ‘한푸(漢服)’로 표기 중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바이두(Baidu) 백과사전에서 ‘한복’을 ‘조선족 복식’으로 소개한 것에 대한 항의 메일을 보낸 바 있다.

바이두는 한복이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잘못된 사실도 기록했다. ‘조선족 복식은 중국 조선족의 전통 민속으로, 중국 국가급 무형 문화재 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 교수는 “한복, 김치, 삼계탕, 윤동주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국적 및 민족 소개를 바이두에서는 계속 왜곡 중”이라며 “바이두는 ‘역사적인 팩트’를 인정하고 올바른 사실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라고 적은 뒤 “김치, K팝, K드라마…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고 자문자답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글은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올라왔다.

BTS 멤버 슈가(민윤기)와 소녀시대 멤버 효연 등 연예인들도 잇따라 SNS에 한복을 입은 사진을 올리며 수많은 팬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한편,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런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면서 “중국 조선족들은 한국의 비난에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복을 중국 문화인 것처럼 보여줬다는 비판엔 수긍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각 국가의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 필요성을 거론하는 선에서 대응했다. 한복 논란에 대해 한국 정부는 “중국 주최 측이 개회식에 56개 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공연자를 내세우면서 불거진 일”이고, “중국 정부가 한복의 중국 기원설을 주장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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