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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의 가치③] ‘수소차’ 원가절감·충전 인프라 확대…“그러나 극복할 수 있는 문제”

신제인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수소의 '활용'(연료전지, 수소차)에 있어 우리 나라는 '생산', '유통'에 비해 상대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수소차' 분야에선 지난 2018년부터 본격화된 현대차의 공격적인 수소차 드라이브에 따른 영향이 컸다.

물론 현재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이 기대만큼 순탄하지는 않다. 수소연료 기반으로 구동되는 자동차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 환경도 동시에 극복해야는 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수소차 사업에 뛰어들었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직면했던 공통된 고민거리다. 그 험난한 과정을 극복하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가 있을뿐 그 과실에 대해 의심하는 목소리는 없다.

◆연료전지 '대형셀' 국제적 경쟁력 갖춰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1월 발간한 수소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특히 '대형셀' 분야에 있어서 우리 나라 기술력은 세계 선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두산퓨얼셀, 블룸SK퓨얼셀, 포스코에너지 등이 활발한 해외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결과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50%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두산퓨얼셀은 미국 클리어엣지파워(CEP)를 인수했고,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해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다.
2017년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익산공장 준공식
2017년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익산공장 준공식

그러나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핵심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는 아직 미흡하다. 예를 들면, 연료전지 구축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소재이자 연료전지스택의 성능을 좌우하는 막전극접합체(MEA)와 가스확산층(GDL)을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공급망은 핵심 부품∙소재보다는 제어모듈(유니크), 스택패킹(평화오씰공업), 워터펌프(지엠비코리아) 등 단순기계장치 위주로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수소경제 생태계를 각 분야별로 따지고 들어가보면, 결국 소재 부문에서의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넥쏘에 탑재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진>현대차
넥쏘에 탑재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진>현대차

◆수소차 시대, 원가경쟁력 - 충전인프라 확보가 최대 난제

대체적으로 수소차의 원가는 연료전지(40%)와 고압수소탱크(20%)로 구성된다. 현대차는 앞서 3세대 연료전지와 700기압 압축용기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생산원가를 낮추지 못해 상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와관련 현대차, 도요타, 혼다 이외 독일 완성차 업체 진입이 본격화되는 2023년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향후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2020년 3만대에서 2030년 약 500만대까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전략에 여전히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2022년 조직개편을 통해, 오는 2025년 이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하지 않고 전기차만 개발할 계획이며, 그 중심에는 순수전기차(EV)와 함께 수소전기차(연료전지차: FCEV)도 함께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재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긴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절반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등록된 수소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83.0% 증가한 1만7400대였다.

현대자동차가 2021년형 넥쏘 1세대 등 9300대를 판매해 점유율 53.5%로 1위를 지켰다. 시장 점유율은 53.5%로 2020년보다 15.5%포인트 떨어졌으나, 판매량은 6500대에서 41.9% 늘었다.

현대차에 1위를 내준 토요타는 지난해 미라이 2세대를 앞세워 2020년 1600대보다 268.9% 증가한 5900대를 판매했고, 시장 점유율은 17.0%에서 34.2%로 두 배가량 올랐다.

그런데 수소차 시장에서 자동차제조사들의 전략은 엇갈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20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SUV ‘GLC F-CELL’의 생산을 종료했고, 폭스바겐도 수소차 개발을 중단했다. 혼다는 작년 6월 수소차 클래리티 생산을 중단해 단종 수순에 들어갔다.
벤츠 수소차 구동 이미지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벤츠 수소차 구동 이미지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이러한 수소차 중단 선언은 수소차에 대한 원가 경쟁력 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의 인프라 지원 환경이 기존 전기차에 비해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선 수소차가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로써 제대로된 역할을 하려면 만만치 않은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민간기업이 스타트를 끊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수소 충전소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제도적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지방자치단치 조례를 개정해 민간 주유소와 LPG 충전소에 수소충전소를 증축할 경우 건폐율을 완화하도록 함으로써 부족한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대구시의회 황순자 의원(건설교통위원회)은 ‘대구광역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고, 도심 인근에 수소충전소의 신속한 확충을 위해 자연 녹지지역에 위치한 기존 민간 주유소와 LPG 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증축하는 경우 2024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건폐율을 기존 20%에서 최대 30%까지 완화하도록 요구했다.

수소차를 비롯한 새로운 혁신기술들을 상용화하는데 있어 1차 적인 관문은 기존의 틀을 완고하게 지키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하다면 이러한 난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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