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하나 둘 철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베트남 당국이 이제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중국 다음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여전히 강력한 셧다운(봉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트남도 지난해까지는 중국과 별반 다를게 없는 셧다운 정책을 취해왔었다. 나이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베트남 소재 공장들 뿐만 아니라 애플, 삼성전자 등 IT관련 기업들의 공장들도 문을 닫아야했다.
외신들은 “어쨌든 이같은 베트남의 달라진 행보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와관련 1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신발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조하는 베트남 공장들이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지난해 베트남이 전세계 공급망을 옥죄던 정책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당국이 공장 가동 재개에 나서기로 한 것은 표면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수백만 명의 공장 근로자들이 2차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쳤고,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비해 위‧중증화율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인구의 76% 이상이 2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
베트남 의료산업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다시 현장에 복귀했으며, 또 베트남 당국은 정상적인 개학과 함께 국제선 공항도 재개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021년 2.5%에서 올해 6.5%로 상향 조정하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이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완전히 되돌아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베트남의 공장 가동 방침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베트남 등 주요 글로벌 생산 지역에서의 공장 셧다운이 전체적인 공급량 부족 현상을 가져왔고, 이것이 의류 뿐만 아니라 IT산업 전 영역에 걸쳐 공급만 문제의 큰 원인이 돼왔다.
로이터는 컨설팅기업인 EY(언스트영) 관계자의 말을 인용 “베트남이 다시 예전처럼 강력한 생산 능력과 공장 생산량을 유지하게되면 농업, 섬유, 전자제품 등 소비재 분야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중국이 여전히 강력한 코로나19 셧다운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 이전의 핵심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이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위협에도 불구하고 공장 재가동에 나선것은 베트남에 투자했던 주요 IT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강력한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면서 베트남에 진출했던 일부 서방 기업들이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정책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의류 업체 룰루레몬이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철수했고, 동남아시아 생산량의 절반을 베트남에서 생산했던 나이키도 현지 공장을 폐쇄했다.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IT기업들의 철수설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공식화된 발표는 없었다.
한편 중국의 경우, 아직 셧다운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각종 차량용 부품을 비롯해 중국내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전기차 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 다만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면 기존의 셧다운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