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차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점점 커지는 미국의 ‘광물 자립’ 딜레마①

신제인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미국이 세계의 전기자동차 분야를 선도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자동차 충전소 확대를 위해 5년간 50억 달러, 우리 돈 약 6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 표현한 자신감이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분야에 지원하는 예산 규모는 기존보다 5배가 늘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 개발을 위한 지원도 대폭 늘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포함됐다. 니켈, 희토류 등 희귀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미-중 갈등의 과정에서 미국이 반도체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중국이 희귀 광물을 안보 자원화해서 미국을 공격할 것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근 소비재와 무기에서 발견되는 자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희토류를 가공하기 위해 MP마테리얼스에 35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짐 리틴스키 하원의장은 해당 투자가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에서 50만대의 EV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바이든 정부, 미국내 광물 개발 총력… 그러나 예상보다 거센 '환경 파괴'논란

지난 2020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맞붙은 대통령 선거 유세때부터 스스로를 ‘전기차 옹호론자’라고 밝혀왔다.

그는 "전기차 보급이야 말로 바이든 정부가 항상 중시해온 기후변화 대응책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니켈 등 미국내 광산 개발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파괴 문제가 미국내 환경 단체와 지역사회,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제기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즉,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가 환경을 보호한다’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리튬 등 대규모 광물 채굴 과정에서 미국내 산림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폐석과 폐기물이 수질과 토양까지 영구적으로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환경 단체와 지역 내 원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관련 업계들은 당장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광물의 수급 부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정부와 민간업계가 전기자동차 등 재생에너지 제품에 사용되는 광물 생산을 늘리기 위한 진전을 촉구하면서도 새로운 광산이 주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광물을 개발하되 환경을 파괴하지 말라"는 모순된 주문을 낸 것이다.

이러자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지지자들의 눈치를 본 어쩔 수 없는 처사로 분석했다. 실제로 전기차 등 테크 기업들 뿐만 아니라 환경 단체 등 진보 세력 또한 미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다.

전기차 세계 1위를 위한 광물자원 개발과 환경보호, 두 상반된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선 어느 한 쪽을 배반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 전기차는 과연 친환경인가? ... "광물도 결국 유한한 자원일 뿐"

과거 화석연료(휘발유, 경유)와 달리 탄소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전기차는 여전히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전기차의 심장과도 같은 전기 배터리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니켈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은 유한하다는 점에서 결국 환경 파괴 논란은 불가피해진다. 또한 어느 시점 이후 무수하게 쏟아질 폐 배터리 문제는 인류가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야한다.

결국 당장 눈 앞의 환경 보호와 지속적인 환경 보호 간 득과 실을 잘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가 미래를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면, ▲환경에 덜 무리가 가는 채굴 방식의 개발 ▲새로운 친환경 자원의 개발, ▲폐 배터리 처리 방법 등을 고민해야하는데 이는 앞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이런 문제 의식때문에,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재생에너지(Berkshire Hathaway Energy Renerables)는 이미 지속가능한 광산 채굴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외신들은 이들이 캘리포니아의 솔튼해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지열 광산에서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시험하기 위해 관련 시설을 착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물론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는 광물 자원의 이슈와는 관점이 전혀 다른 곳에서 갑론을박이 있다. 수소에너지는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 생성 방식과 발전 원가를 따져야하는데, 그 발전원을 비싼 재생에너지로 하느냐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을 이용하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 환경문제가 모두 종식될 것 같지만 실제론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 그리고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문제들이 언젠가 우리앞에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각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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