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엑시노스', 中에 밀려 AP 5위…불확실성↑ [IT클로즈업]

김도현

- 5000만대 이상 팔린 '갤럭시A12' AP는 미디어텍 담당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이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갤럭시 탑재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야심작인 ‘엑시노스2200’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다.

26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전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4%다. 전년동기(7%)에서 3%포인트하락했다. 대만 미디어텍(33%), 미국 퀄컴(30%)·애플(21%), 중국 유니SOC(11%)에 이은 5위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유니SOC와 격차다. 작년 2분기 첫 역전을 허용한 이후 점유율 차이는 2%(2분기)→5%(3분기)→7%(4분기)로 벌어졌다.

유니SOC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다. 아너 리얼미 ZTE 등 자국 스마트폰 업체와 거래량을 늘리면서 몸집을 키웠다. 미국 제재로 휘청거린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자리를 대신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에 4위를 완전히 내주게 됐다.

삼성전자 AP 부진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같은 회사이자 고객사인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 사업부의 전략과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의 내부 이슈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을 공략 차원에서 ‘갤럭시A’와 ‘갤럭시M’ 시리즈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윙텍, 화친 등 중화권 제조자개발생산(ODM) 물량을 늘렸다. 자체 생태계를 갖춘 ODM은 삼성전자 대신 다른 업체 AP를 활용했다. 삼성전자 MX 사업부 역시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미디어텍 AP를 본격 도입하기도 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해 1월 공개된 ‘갤럭시A12’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A12 출하량은 5180만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에 등극했다. 단일 모델로 5000만대를 돌파한 첫 사례다.

해당 제품에는 미디어텍 AP ‘헬리오P35’가 투입됐다. 갤럭시A12가 미디어텍이 글로벌 AP 시장에서 연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

엑시노스 시리즈의 제품경쟁력에 대한 의문부호도 붙는다. 과거 삼성전자는 내수용 갤럭시S 시리즈에는 AP로 엑시노스를 활용했다. 미국 등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적용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성능과 발열 등에서 엑시노스가 뒤처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신작 갤럭시S22 시리즈 내수용에는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장착됐다.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퀄컴 AP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 사업부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주목받은 엑시노스2200이 예상보다 덜 채용된 탓이다. 2년 이상 협업한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등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으나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지속 제기되는 점도 악재다.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엑시노스2200은 삼성전자 4나노미터(nm) 공정에서 양산된다. 다만 불량률이 높다는 소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첨단공정 도입 초기 단계에서 겪는 시행착오라는 반응이지만 대내외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AP의 시장 입지가 점점 축소되는 형국이다. 한 번 밀려나면 탈환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인 만큼 빠르게 반등 요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부터 크게 증가한 선단 공정 비중이 더욱 증가하므로 선단 공정 수율 개선에 더욱 주력해 고객 수요 안정성 증대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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