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이건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서 엄청난 사건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국민들이다”
5일 저녁, 36.93%로 최종 집계된 역대급 사전투표율에 유튜브 등 온라인도 크게 들썩였다. 일찌감치 ‘역대급 비호감 선거’ ‘차악을 뽑는 선거’ 등으로 언론들이 이번 선거를 규정했기 때문에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밖에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번 20대 대선과정에서 기존 공중파에 필적할만큼 많은 콘텐츠를 쏟아낸 다양한 정치 유튜버들은 이날 자신의 구독자들과 함께 이 ‘현상’을 주제로 밤늦게까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장한 투표’, ‘혹시 인주가 번져서 무효표가 될까봐 조마 조마 했다’ ‘절실한 투표였다’ 등 각자 자신의 사전투표 경험담을 올렸다.
◆사상 최고 사전선거투표율, 왜?… 분석 분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진행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이 36.93%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의 총 4419만7692명 가운데 1632만3602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2년전인 ‘4·15’ 총선 당시 26.69%, 앞서 지난 2017년 대선 때 26.06%을 무려 10% 이상 추월한 수치다. 물론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가 혼란을 겪어 오점을 남겼는데,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하지 못한 진행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이번 사전선거 투표율이 역대급으로 높게 나온 이유에 대해 보수, 진보 진영은 해석이 다르다. 물론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이다.
보수 진영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정권교체 열망이 커졌고, 기존과는 달리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사전투표를 독려했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올라간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진보진영은 선거 막판 ‘윤-안 단일화’ 이슈에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이 급속히 결집했기때문이라며 오히려 단일화 역풍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3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부터, 가상의 단일화가 아닌 ‘단일화’가 확정된 이후의 3자 여론 조사 결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선의 중요 변수를 집어넣은 여론조사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투표 참여 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고, 이것이 사전 투표율을 올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만명 넘게 나오는 상황에서, 그래도 덜 혼잡한 사전 투표일을 이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전보타 높아졌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기존 여론조사 신뢰성 도마, 숙제 남겨
여론조사 공표 금지이후 구글 트렌드의 ‘관심도 분석’ 등 대체 수단들도 온라인에서 많이 거론된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지지도를 조사하는 로직이 아니기 때문에 여론 조사를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여론 조사의 불신이 높아진 것도 이러한 대체 수단들을 찾는 이유다.
여론 조사의 신뢰성 하락은 이번 20대 대선 과정에서 문제점중 하나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 수백개 난립해있는 여론 조사업체들과 영세성에서 비롯됐다는 게 1차적인 문제로 꼽힌다.
여론 조사시 ▲여론 조사의 문항 배치, ▲조사 시간대(평일, 공휴일), ▲ARS(자동응답)과 전화면접 조사 방식의 차이, ▲지지층의 과표집 문제, ▲유무선 면접 비율의 차이, ▲표본수 미달에 따른 보정 기술 등 여론 조사 결과를 좌우할 변수들이 너무 많은데, 비용 등의 문제로 여론조사업체들이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한 여론조사업체가 동일한 시간대에 ARS와 전화면접 방식을 각각 다르게 적용한 결과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뒤짚히는 결과가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세상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대로 이미 진입한 상태다. 이미 기업들은 SNS 등을 분석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해주는 시대다.
이런 변화를 감안하면, 몇십년전 모델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기존의 전화 여론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빅데이터 기법의 여론 조사 기법이 제시될 시점이 됐다.
그것이 디지털시대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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