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파른 원가 상승·소비자 반발…전기차 ‘고난의 길’로 접어드나

박기록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며 새롭게 부상한 전기차회사 리비안의 주가가 4일(현지시간) 마감된 미 증시에서 전장대비 6.91% 하락한 47.39달러로 마감됐다.

리비안의 주가는 전일 4.95% 하락한데 이어 이날 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함으로써 결국 지난해 11월 상장한 이후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리비안은 지난해 말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2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이날 주가 하락은 리비안의 목표 주가를 기존 150달러에서 100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한다는 한 투자은행의 투자의견 리포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리포트가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3월1일(현지시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리비안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영해 차량 가격을 기존보다 20% 인상시킨다’고 발표했다.

리비안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자동차용 반도체 칩, 각종 부품 값, 전기 배터리가격 등이 올라서 당연히 인상요인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비안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거셌다. 이미 사전 주문 예약을 했던 구매자들이 대거 주문을 대거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3일(현지시간) 리비안은 직접 CEO가 나서서 사과하고 가격인상 결정을 철회했다.

리비안 최고경영자(CEO) RJ 스캐린지는 “3월1일까지 접수된 모든 사전예약에 기존 가격을 적용하고, 취소한 사전구매 주문들도 같은 가격에 재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하고 “지난 12년간 잘못된 결정을 여럿 내렸지만, 이번 실수가 가장 괴로웠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주가는 계속 빠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리비안의 사례로 인해, 새삼 주목해야할 중요한 사실 두 가지가 재확인됐다. 그리고 이는 전기차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직간접적으로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첫째,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표면적으로는 ‘리비안의 신뢰성’을 문제삼으며 목표 주가를 하향시켰지만 사실은 이것이 리비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업체별로 상황은 다소 다르겠지만 공급망 문제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반도체 칩, 각종 부품 가격의 상승은 현재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베트남 등 주요 부품 생산기지의 셧다운, 니켈 등 2차 전지 배터리 원료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 또 여기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화로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 등 전기차 제조기업들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제조공장의 셧다운은 최근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러-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은 아직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둘째, 사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 가격을 올리듯 전기차도 생산 가격이 오르면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리비안이 즉시 이 계획을 철회했듯이 전기차 시장도 어느새 ‘가격 전가’가 어렵고 마진 확보가 어려운 완전경쟁시장 구조, 즉 레드 오션이 됐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가격 탄력성’이 커진 것이다. 전기차업체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 그만큼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결국 이같은 시장 구도의 변화는 전기차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오른 부품 가격을 스스로 감내해야하고, 동시에 소비자 가격은 예전처럼 동결시키거나 최소화해야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순마진'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위한 원가절감형 전략, 브랜드 홍보를 통한 꾸준한 소비자 충성도 제고, 차량용 반도체 칩과 전기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 시장 친화적 가격 전략 등 당분간 글로벌 전기차업계는 ‘고난의 길’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선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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