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삼성‧LG 문닫으면 中 IT기업이 무혈입성?…서방의 요구는 정당한가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지난 1일(현지시간) 애플이 러시아에서 자사의 제품 판매 및 관련한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일뒤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러시아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며 동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침략군 러시아를 경제제재로 응징하자’는 미국과 서방의 동참 요구가 한편으론 국내 IT기업들에게는 곤혹스런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압력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앞서 CN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애플의 러시아 판매 중단 선언은 삼성과 같은 경쟁 회사에 절대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CCS 인사이트 벤우드(Ben Wood) 수석 애널리스트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는 비록 삼성전자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애플의 라이벌들은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삼성전자도 동참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다. 다양한 복선이 깔린 강요로 느껴진다. 애플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 정도에 불과해, 사실 크게 잃을 것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외신은 5일, 삼성전자가 러시아에 대한 수출 중단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애플과 삼성전자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같은 서방 미디어들의 시각이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현재 애플의 글로벌 시장 매출에서 러시아 시장은 미미하다. 만약 매출 비중이 큰 중국이라면 애플의 입장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과는 달리,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국내 IT기업들은 러시아, 중남미 등 제3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적지않은 시간동안 차근 차근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판매망을 확대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렇게 어렵게 완성한 네트워크는 한번 망가지면 이를 다시 복구하는데 또 다시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하더라도 제재에 동참한 기업이라는 불편한 이미지를 제거하는 것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실 쉽지않은 문제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우리 나라 IT기업들이 서방의 IT기업들처럼 쉽게 러시아 시장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고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 IT기업들이 고려해야할 또 다른 문제는 다급해진 러시아의 입장과 그 빈틈을 노리고 있는 중국 IT기업들이다.

러시아는 서방 IT기업들의 제재에 따른 IT인프라 및 통신서비스 공백을 메우기위해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자국의 대형 통신기업인 얀덱스(Yandex)에게 인터넷 통신망 등을 보완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와함께 외신들은 러시아가 중국의 IT기업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쥐고 있어 러시아를 폭넓게 도와주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을 선언하지않는 한 중국의 IT기업들이 러시아의 요청에 부응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이와 동시에 화웨이, 샤오미 등 주요 IT기업들이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의 스마트폰, 가전제품 분야도 손쉽게 접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삼성, LG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볼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이는 우리 IT기업들이 현지 판매를 중단했다는 가정하에서의 시나리오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인류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