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은 칼럼

[취재수첩] 전자 기업 ‘친환경’ 정책, 유명무실에 그치지 않으려면

백승은
- 충전기·이어폰 미지급 2년째…추가 액세서리 비용 3600억원 이상
- “원가 절감 정책” 비판 직면…보다 직접적 대책 필요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2년 전 애플은 색다른 행보를 보였다. 아이폰 기본 구성품에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한 것이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에서였다. 당시 애플은 연간 탄소 배출량을 200만톤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기와 이어폰 제외는 등장 초기부터 찬반이 갈렸다. 일부 소비자는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했음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아 환경 보호보다는 원가 절감을 위한 정책이라며 비판을 던졌다. 별도 액세서리 구매 시 추가 포장지가 더 발생해 친환경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에 따르면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한 뒤 애플이 얻은 액세서리 추가 판매 수익은 2년간 2억2500만파운드(약 3627억900만원)에 달한다. 친환경을 위한 정책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 셈이다. 또 애플은 관련 정책으로 어떤 환경친화적인 결과를 얻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플이 충전기 이어폰 미지급을 선제적으로 채택한 이후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 각종 스마트폰 제조사는 같은 정책을 택했다. 이들 업체는 하나같이 ‘친환경’을 이유로 삼았다. 이미 구색 맞추기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음에도 여전히 친환경을 앞세우는 모습이다.

충전기 이어폰 미지급이 친환경 정책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보다 실질적인 친환경 정책이 존재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SE 3세대’를 출시하며 제품 박스에 외부 비닐 랩을 제외했다. 또 진동 모터에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본체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

친환경 정책이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좀 더 확실한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충전기 이어폰 미지급과 같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정책이 아닌, 제품에 폐플라스틱이나 재활용 원료 사용하는 등 어떤 사람에게 설명해도 “친환경 정책이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충전기 이어폰 미지급 정책은 의구심이 들지만 애플의 친환경 행보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신기후연구소(NCI)는 애플이 지난 몇 년간 탄소 배출을 상당량 감축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는 상태로 판단된다. 앞으로 모호한 정책 대신 누구에게도 납득 가능한 대책을 내놓는 게 최선이다.
백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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