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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넷플릭스 OCA는 ISP에 이득?…오히려 손해"

강소현

지난 23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를 만났다. 레이튼 박사는 해외에서 잘 알려진 통신망 전문가다. 그는 50개 국가에서의 인터넷 규제에 대해 연구하며 각국 정부에 통신망 사업과 관련한 정책 조언을 해왔다. 국내에선 포브스에 게재한 기고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달 '2300만 한국인은 500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위해 왜 더 많은 인터넷 요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갈등을 조명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레이튼 박사는 국내 망 이용대가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관련한 해외 동향을 전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콘텐츠 전송의 의무는 콘텐츠사업자(CP)인 넷플릭스에게 있다”. 레이튼 박사는 “콘텐츠 전송의 의무는 ISP에게 있으니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지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종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가 전달되는 과정을 들어, CP가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콘텐츠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미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한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CP에 ISP가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레이튼 박사는 이런 넷플릭스의 주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당초 ISP가 CP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를 전송할 의무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최종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는 SK브로드밴드가 아닌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이다.

레이튼 박사는 “이용자가 넷플릭스의 서비스에 접속해 콘텐츠를 선택하면 넷플릭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최적의 서버를 지정하고 지정된 서버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스트리밍한다”며 “넷플릭스는 이 콘텐츠를 최종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의 망에 접속해 엄청난 대역폭을 소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즉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트래픽을 제어하지 않고 넷플릭스가 제어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할 책임은 넷플릭스에 있다는 것이 올바른 견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튼 박사가 미국의 4개 지역 인터넷 사업자의 트래픽 및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ISP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수익 1달러당 0.48달러의 인터넷 연결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ISP가 인터넷을 연결하는 데 이미 50달러를 지불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등 대형 CP애 의해 기본적인 인터넷 이용에선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 매달 12달러 정도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레이튼 박사는 “이 비용은 오늘날 동영상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네트워크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용”이라며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38%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장률은 더 높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이중부과라는 넷플릭스의 시각은 옳지 않다고도 그는 강조했다. 레이튼 박사는 신문사를 예로 들며 “시장 한쪽에서는 광고를, 다른 한쪽에서는 구독을 판매한다. 신문에서는 광고를 이용하는 공간에 따라 요금이 변동하지만 구독료는 정해진 요금이다”고 말했다. 인터넷 역시 인터넷 네트워크를 두고 두 개의 다른 이용자가 있으며, 이들 모두 돈을 지불하지만 서로 다른 서비스를 받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새로운 쟁점으로 내세운 ‘빌 앤 킵(Bill and Keep)’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인터넷 세계에서 확립된 관행인 ‘빌 앤 킵’ 원칙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빌 앤 킵’은 ISP가 자신의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접속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상대 ISP에 돈을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ISP와 CP가 피어링할 때도 적용된다.

하지만 레이튼 박사가 말한 ‘빌 앤 킵’의 정의는 다르다. '빌 앤 킵'은 ISP 사이에 상호 연결 방식일 뿐, 동일한 사업군에 있지 않은 ISP와 CP 사이엔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의견이다. ‘빌 앤 킵’은 전화통신에서 네트워크가 공유하는 트래픽이 유사하던 당시 등장한 요금체계로, 2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트래픽의 균형과 통신사 간 합의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동일한 사업군에 있지 않아 본 사례에서 ‘빌 앤 킵’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일정한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보상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전송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pen Connect Apliances·OCA)에 대해선 ISP에겐 전혀 이득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를 설치해 콘텐츠를 서비스 국가 인근까지 가져와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여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OCA는 넷플릭스가 서비스 국가에 설치하는 일종의 캐시서버로, 특정 시간대 가입자들이 볼 콘텐츠를 예측해 OCA에 해당 콘텐츠를 미리 저장한다.

하지만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OCA를 설치하려는 이유에 대해 ISP에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 부담을 줄이고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봤다. 트래픽을 절감해 ISP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과 달리, ISP는 넷플릭스의 OCA를 설치해도 비용을 절약할 수 없고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OCA를 설치하면 부가적인 비용 발생으로 인해 ISP에 손해라고도 말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용량이 너무 커서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장비와 에너지 및 인력이 필요하다”며 “또 OCA는 SK브로드밴드의 시설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레이튼 박사는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기 위한 입법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때 규제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상업적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시장에서 정한 규칙을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공정하게 경쟁하길 원하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요청하는 자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길 바란다. 만약 그것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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