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해부]④ 넷플릭스 불리하다?…다음 변론 무기는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2차 변론이 오는 5월18일로 예정됐다. SK브로드밴드는 망의 유상성을 밝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1차 변론과 마찬가지로 ‘상인의 보수청구권’을 내세워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사업자(CP)의 역무를 밝히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1차 변론에서 망의 유상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가운데, 관련된 논의는 넷플릭스에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콘텐츠 전송의 의무가 인터넷사업자(ISP)에게 있으니, 콘텐츠 전송과정에서 망을 이용한 데 따른 비용인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 2차 변론 PPT로 진행…재판부, 핵심 증거자료 요청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는 오는 5월18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2차 변론에서 양측은 각각 30분에 걸쳐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한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선 1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망 사용에 있어 CP와 ISP 간의 관계를 파악할 여러 핵심 증거자료들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넷플릭스는 망 이용을 물리적·기계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망을 이용한다면 여기에서 SK브로드밴드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직접연결 당시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SK브로드밴드는 모든 국내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현 시점에서 넷플릭스와 컴캐스트의 계약의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이다.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전례가 있는지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망 이용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SKB, 망 유상성 입증에 '방점'… 국내외 CP와의 계약서 제출 가능성
SK브로드밴드는 상인의 보수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망의 유상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1차 변론에서 SK브로드밴드는 상인의 보수청구권을 내세워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밝혔다. 상법 제 61조에 명시된 상인의 보수청구권은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 이에 대해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한 것은 타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하니 거기에 대한 대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은 "SK브로드밴드는 ISP로서 상당한 투자를 해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관리해왔다. 이에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갖는다"며 "다른 CP들에게도도 (망에 대한) 이용 권한을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상인의 보수청구권에 전제가 되는 망의 유상성을 어떻게 입증하냐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외 CP와의 계약서를 망의 유상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망 당사자 간 계약은 통상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NDA)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내용 공개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 측은 CP와 협의해 민감한 내용을 최대한 제외하고 제출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망의 유상성을 입증할 자료로, 미국 케이블TV업체인 차터의 사례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차터 합병 승인의 건은 망의 유상성을 입증한 대표 사례다. 2016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유료방송 사업자인 차터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과금할 것을 우려해 7년 간 피어링 하는 사업자에 부당한 비용을 받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제출된 합병인가명령서, 미 콜롬비아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문 등 공문서를 통해 CP가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 불리해진 넷플릭스, 역무 밝힌다…"2015년엔 SKB 역시 망 이용대가 요구안해"
‘빌 앤 킵(Bill and Keep)’을 내세우며 졸지에 망의 유상성을 인정해버린 넷플릭스는 CP와 ISP의 역무를 밝히는데 방점을 둘 전망이다.
앞선 1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빌 앤 킵’을 새로운 쟁점으로 제시했다. 인터넷 세계에서 확립된 관행인 ‘빌 앤 킵’ 원칙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빌 앤 킵’은 ISP가 자신의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접속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상대 ISP에 돈을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다만 ‘빌 앤 킵’은 망의 유상성으로 전제로 한 개념이다. ISP 간 서로 교환되는 트래픽의 양이 대등하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수익이 비슷하니 정산하지 말자는 거지, 무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빌 앤 킵’은 망은 공짜다라는 넷플릭스의 1심 주장과도 상반된다.
이에 2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의 비합리성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CP가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콘텐츠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이 같은 이유로 2015년 자사와 계약할 당시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넷플릭스는 1차 변론에서 2015년 SK브로드밴드가 자사와 연결할 당시 비용정산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청했다. 양측은 별도의 계약서 없이 이메일로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측은 정산한다는 이야기도 안 담겼지만 무정산한다는 이야기 역시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재판의 흐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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