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결국 ‘매크로 충격’ 때문인가”…삼성전자 · LG엔솔, 심상찮은 외인 매도세

박기록
12일 마감된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나란히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33% 하락한 6만7000원으로 마쳤다. 외국인(262만주)과 기관(144만주) 모두 순매도를 나타났다. 연중 최저치이자 52주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일대비 3.29% 하락한 41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5만9141주)과 기관(4222주) 모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역시 순매도 비중이 높았다.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중 4일이 순매도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두 회사 모두 최근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이끌어냈지만 주가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시가총액 1,2위가 불안하니 시장 자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

결국 이같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물가급등, 금리인상,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거시경제 지표의 불안으로 촉발된 ‘매크로’(Macro)측면에서의 이유때문이다. 그외 다른 이유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 시장 상황의 문제다. 기업은 잘못이 없다.

◆미국 증시 불안 지속…외인 비중 큰 국내 대형주, 당분간 힘겨운 방어 불가피

일단 오늘 밤의 상황이 중요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개장에 앞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발표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8%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나온다면 이는 40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미국 연준(Fed)이 예상했던 수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결국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차단하기위해 양적 긴축과 함께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빅스텝’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다시 나스닥 등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결국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가져와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길 가능성 높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12일 마감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를 돌파해 최근 2년새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가뜩이나 폭등한 국제 유가, 석탄,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는 악재다. 이렇게되면 다시 국내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린다. 그나마 수출기업은 환차익으로 어느 정도 고통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악재다.

◆‘매크로 충격’ 언제 해소될까
투자금융업계가 그날 그날 제시하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초한 목표 주가 제시와 투자 의견은 나름 합리적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매크로’한 이유로 시장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매크로한 부분에서의 충격이 언제 해소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현재로선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속하게 안정을 찾아야한다.

또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중국의 과도한(?) 도시 봉쇄도 완화돼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정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美 반도체 기업들, 불안한 전망

‘매크로’의 영향을 받아도 업종별로 충격은 상이하다. 전일 미국 증시에선 상대적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낙폭이 컸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R의 공포’로 불리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결국 PC 등 소비재의 수요가 감소해 반도체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이날 GPU(그래픽칩)수요가 감소하고 재고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대표주인 엔비디아가 전일대비 5.20% 하락하는 등 충격이 가시화됐고, AMD도 3.59% 떨어졌다.

이날 월가의 투자금융사인 베어드는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시장 수익률 상회’ (outperform)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단은 경기후퇴와 관련한 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입게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중국의 3월 전기차 생산이 크게 부진하면서, 공급망 문제가 다시 부각돼 2차 전지 등 국내 전기차 관련 생태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공교롭게도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와 '2차 전지' 섹터 모두 현재로선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