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SK실트론, 삼성 손잡고 日 추격…12인치 웨이퍼 '3위'

김도현
- 섬코·신에츠 등과 격차 좁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실트론이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업체와 품질 격차를 빠르게 좁히면서 주요 고객사의 선택을 받고 있다. 상승세는 12인치(300mm) 웨이퍼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15일 SK실트론은 지난해 말부터 100단대 3차원(3D) 낸드플래시용 12인치 웨이퍼를 공급 개시했다고 밝혔다.

웨이퍼는 실리콘(규소) 기반의 반도체 원판이다. 이 위에 회로 패턴을 그리고 깎아내는 등 과정을 반복한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면 칩이 완성된다.

이번 성과는 메모리 제조사가 주력 낸드 단수를 100단 이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128단 낸드 비중이 80%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SK실트론은 극자외선(EUV)용 웨이퍼를 내재화하기도 했다.

SK실트론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면서 국내 고객사와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분기부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의 웨이퍼 주요 매입처에 이름을 올린 이후 최대 협력사로 부상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일본 섬코와 독일 글로벌웨이퍼스 등으로부터 많은 물량을 조달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K실트론 웨이퍼 구매를 늘린 건 일본 수출규제 영향도 있겠으나 그만큼 품질이 올라왔다는 의미다. 아무리 국산화가 중요해도 수준이 올라오지 않으면 쓸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K실트론의 12인치 웨이퍼 시장점유율은 18% 내외로 전체 3위다. 같은 기간 섬코 30%, 신에츠 25% 수준이다. 2~3년 전만 해도 15~20% 격차를 보였으나 차이를 줄였다.

SK실트론은 생산능력(캐파) 증대로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월 3만장 규모 충북 청주 공장이 가동된다. 지난달에는 경북 구미에 3년간 1조495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24년 상반기부터 12인치 웨이퍼 양산에 돌입한다.

차세대 제품도 준비 중이다. 자회사 SK실트론CSS는 5년 내 실리콘카바이드(SiC) 분야에 6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SiC 웨이퍼는 실리콘과 탄소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한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로 만든다. 실리콘 웨이퍼 대비 전력 변환 손실이 적어 전기차 등에 적합한 제품이다.

한편 반도체 공급난과 맞물려 웨이퍼 부족 사태도 심화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수요공급 불균형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웨이퍼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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