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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⑤] 엔데믹 시험대 오른 OTT, 정말 위기일까

강소현

-‘다가오는 엔데믹, 비욘드 디지털(Beyond Digital)’

- 또 다른 기회, ICT기업 엔데믹 시대 전략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엔데믹(풍토병화) 시험대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빠르게 성장했던 OTT 시장은, 야외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OTT도 영화관과 같이 하나의 시청방식으로 굳어졌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별개로, 경쟁력의 부재는 향후 과제라는 지적이다.

◆위기설 중심엔 넷플릭스 “일상으로 돌아간 소비자, 도전 직면”

최근 OTT 위기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그 중심엔 넷플릭스가 있다. 올 1분기 넷플릭스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가입자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2164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 넷플릭스는 2분기에도 200만명의 가입자를 잃을 것으로 예측됐다.

당시 넷플릭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가입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는 둔화됐다”며 “가입자들의 계정 공유 증가 및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장세 둔화는 비단 넷플릭스 만의 일이 아니다. CNN의 OTT ‘CNN플러스’도 론칭 한달동안 겨우 1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지난 4월 결국 백기를 들고 시장에서 물러났다. 올해 CNN이 세운 목표 가입자 수는 200만명으로, 이런 성장세라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CNN이 한달동안 이 OTT에 투자한 금액은 1억달러(약 1243억원)였는데, 회수한 금액은 겨우 11억원에 불과했다.

리서치업체 매지드의 연구담당 SVP(Senior Vice President) 앤드류 헤어는 최근의 OTT 가입자 동향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OTT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가입자 이탈, 일시적 현상일 뿐”

이를 두고 코로나 특수가 끝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업계는 일시적인 이탈현상으로 보고 있다. 외부활동과 대척점에 있는 OTT는, 이전에도 지금과 같은 변동 추이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날이 좋으면 가입자 이탈이 줄었다가, 날이 안 좋아지면 가입자가 다시 늘어나는 형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려 외부활동이 늘어나면 지표가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지만, 곧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천혜선 디지털산업 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와 달리, 외부활동에 대한 제약이 일찍 없어진 유럽이나 북미는 이미 대규모 가입자 이탈을 경험했다”며 “다만 계절에 따른 일시적 이탈일지, 영구 이탈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이용은 습관”이라며 “미국의 경우 가입자 이탈률이 30~40%라 하면, 이 중 재가입자 비율은 23~30%라고 전해진다. 코로나19 동안 OTT 시청습관이 형성된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만 있다면 이런 수치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실내 활동 증가로 시청 시간이 증가했던 영향이 있겠지만, 유료 가입자 증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결국 '킬러 콘텐츠' 유무”라며 “OTT 시청 패턴이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만큼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가 진행된다면 이용자들의 유입은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입자 락인은 과제…“상품 묶음판매도 전략”

전문가들은 코로나와 별개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각자의 생존전략을 모색해야할 때라고 말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자사를 특정할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가입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킬 만한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OTT 사업은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직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빠져나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액수 대비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신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미국 매체 LA타임즈는 “OTT의 성장 둔화 배경엔 대유행의 효과가 약화되고 있는 것 외 다른 이유가 있다”며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가입자의 욕구가 급증하는 탓에, OTT는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1년 한해동안 콘텐츠 제작에 170억 달러(약 21조9385억원)을 썼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190억 달러(약 24조519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함과 동시에, 가입자를 묶어둘만한 요인을 만든다면 보다 안정적인 지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많은 OTT업체가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한 실험에 들어간 상태다. 콘텐츠 공개방식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시리즈 전편 일괄 공개를 추구해온 가운데 ‘기묘한이야기’의 경우 2개 파트로 나눠 순차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품의 번들링(묶음판매)도 하나의 전략이다. 단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왓챠는 연내 요금제 하나로 영상과 음악, 웹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구독모델 ‘왓챠 2.0’을 출시하는 데 이어 티빙이 오는 6월 티빙 내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을 론칭하고 제휴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쿠팡플레이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노창희 한국OTT포럼 연구이사는 “예컨대 애플 전체 매출에서 보면 OTT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극히 미미하지만, OTT 덕분에 단말기가 더 많이 팔린다면 더 큰 이득”이라며 ”다른 연관 산업분야 가운데 어떤 것이 OTT와 긍정적으로 기능할 것이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상품을 패키징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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