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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탐방] 엔데믹 시대에도 명품 플랫폼 ‘구하다’가 자신있는 이유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2년간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일명 ‘보복소비’가 온라인 명품 구매로 향한 결과다. 하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위기를 맞은 건 이커머스 뿐 아니라 명품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일상으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외여행은 물론 백화점·면세점도 모처럼 호황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는 패션·명품·골프 등 고마진 상품 매출이 늘면서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명품 플랫폼 내 가품 논란이 계속되자 명품 수요가 해외 혹은 오프라인으로 다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명품 플랫폼 ‘구하다’는 여전히 온라인 명품 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백화점과는 비교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재고, 면세점 가격과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이를 담보한 구하다는 확실한 2차 검수를 통해 실제 명품 부티크에서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구매 경험을 제공한다는 포부다.

2019년 설립된 구하다는 현지 부티크(명품 판매 유통망 1차 벤더)와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어 국내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50개 이상 유럽 유명 명품 부티크와 직접 계약을 맺어 B2B2C 방식으로 판매 중이다. 현재 확보한 회원 수는 약 30만명이다.

◆ 현지서 부티크 직접 발굴…구하다 ‘스페셜 프라이스’ 확보=구하다가 처음부터 부티크와의 직접 연동을 시작한 건 아니다. 초기엔 다른 플랫폼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중개 플랫폼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중개판매는 레드오션임을 느끼고 부티크와의 연동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

문제는 어떤 부티크가 신뢰감이 있으며 다양한 재고를 갖고 있는지 사업기밀처럼 알아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 이를 돕는 엑셀레이터가 있지만 한 개 업체를 알려주는 데도 상당한 비용을 청구한다. 조경환 부사장(세일즈 이사)이 윤재섭 구하다 최고경영자(CEO)와 둘이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 이유다.

조 부사장은 “명품 숍이 밀집한 거리 브랜드스토어에 맨땅에 헤딩하듯 찾아가, 그곳에서 부티크가 쓰고 있는 상품·재고관리 소프트웨어 이름을 우연히 듣고 연락, 한달 반에 걸쳐 협상 후 연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여러 거점 부티크에 방문했고 접점을 늘려가며 부티크를 지속 발굴했다”고 말했다.

구하다는 결품률 5% 이하를 강점으로 내세운다.타 명품 플랫폼에서 주문 후 물량이 없어 취소되는 비중이 30~40%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수치다. 이는 다른 채널이 주기적인 시간마다 재고 상황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구하다는 부티크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을 실시간으로 연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선 구하다 연동 내용이 많이 알려져 유명 부티크들과는 전부 계약, 현재는 발굴보다 관계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부분 수입업체는 부티크에서 주력 제품만 사가려고 하는데, 구하다는 이미 API로 다양한 상품을 많이 구매해줘 가려운 곳을 긁어줬고, 실시간 API 연동으로 실구매가 이뤄지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 결과 구하다에게만 할인가를 적용해주는 ‘스페셜 프라이스’를 갖게되고 인기 브랜드 프리오더 권한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백화점에서 전국 품절이라던 시즌 인기 상품들도 구하다에서 검색했을 때 확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는 “올해는 영국·프랑스로 신규 파트너 발굴에 집중해 연내 200개 부티크 연동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문상품을 카메라 촬영 후 더스트백·방수팩에 담아 포장하는 과정
주문상품을 카메라 촬영 후 더스트백·방수팩에 담아 포장하는 과정
◆ 구하다 2차 검수로 배송 전 제품 상태 직접 확인=구매하는 대다수 상품들은 현지 부티크에서 국내로 직접 배송한다. 사입 진행한 상품은 구하다에 들러 소비자에게 바로 당일출고하기 때문에 큰 창고도 필요하지 않다. 구하다가 부티크에서 직접 상품을 받고 포장을 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해외명품 병행수입·구매대행은 극히 적은데 이마저도 계속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국내 가품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을 점차 낮춰가는 구하다만의 방식인 셈이다.

명품 1차 검수는 유럽 현지에서 이뤄진다. 구하다는 여기서 2차 최종 검수를 진행하는 단계를 추가했다. 전문 검수팀 총 6명이 모든 주문 상품에 대해 명품 검수 영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배송 받기 전 미리 품질 상태를 영상으로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 지난해 2월 도입 후 현재 1만건을 돌파했다.

임민섭 구하다 세일즈 매니저는 “부티크에서 1차 검수 할 때 하자가 있으면 구하다에 사진을 먼저 보내주고 고객이 배송받을지 의사를 파악해 불필요한 해외 배송비를 줄인다”며 “2차 검수는 구하다에서 진행하며, 상품 하자 발견 시 고객이 구매하지 않는다 했을 때 다시 현지 부티크로 반송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해외명품 반품 시 겪어야 할 외국어 의사소통과 통관 등 번거로운 부분을 구하다가 해결하는 셈이다.

체계적인 검수 방법을 위해 구하다는 디자인적 요소나 브랜드별 스타일에 따라 자체 기준을 마련했다. 택이나 구성품을 전체적으로 찍어주고 신발은 끈 등 디테일한 부분도 담으려고 한다. 정품이라도 제품 하자를 최대한 발견할 수 있고, 영상을 소비자에게 보냈을 때 자연스럽게 오배송도 방지할 수 있다.

임 매니저는 “직구 상품 특성상 제일 많이 나오는 구성품 문의는 더스트백인데, 이는 시즌·디자이너별로 다르게 나오기도 하고 매니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를 구하다가 인지하고 있고 계속 공부하면서 경험치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땐 수입신고필증이나 부티크가 브랜드 본사로부터 상품을 정식 수입했다는 증명서(인보이스)를 제공한다”며 “정품 감정도 수차례 했는데 현재까지 발견한 가품은 0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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