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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오해와 진실]① 상용화 3년, 여전한 ‘진짜 5G’ 환상

권하영

5G가 상용화된지 벌써 3년이다. 초기 서비스 품질 논란이 컸지만 이동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품질 개선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여전히 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선전했던 5G 속도와 관련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속도 및 품질 논란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실제 이통사들의 투자 노력 등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5G 품질 논란은 통신업계 해묵은 숙제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성과가 무색하게 지난 3년간 소비자들의 5G 불신은 커져왔다. 특히 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알려진 5G가 막상 체감 속도는 저조하자, 통신사들이 이른바 ‘진짜 5G’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진짜 5G’라는 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가짜 5G’라는 것도 있는 걸까?

일단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정의한 5G는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맞다. 다만 주파수 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5G 주파수는 3.5㎓와 28㎓ 대역이 할당됐는데 저주파인 3.5㎓ 대역은 속도보다 커버리지에, 초고주파인 28㎓는 커버리지보다 속도에 강점이 있다. 20Gbps는 28㎓ 대역에서 가능한 속도인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진짜 5G’는 28㎓ 대역 5G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28㎓ 대역의 경우 일반적인 5G 서비스로 이용하기에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초고주파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약해 저주파 대역 대비 훨씬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한다. 더 많은 투자를 수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28㎓ 기지국은 대당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나 단말기 등 서비스 구현을 위한 생태계도 아직 제대로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통신3사는 전국망 서비스는 3.5㎓ 대역을 통해 하고, 핫스팟과 기업서비스(B2B)용으로 28㎓ 대역을 활용하기로 했다. 애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두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면서, 10년 기간을 부여한 3.5㎓ 대역과 달리 28㎓는 대중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5년만 부여했다. 28㎓ 대역은 처음부터 5G 전국망 용도가 아니었고, 결국 ‘진짜 5G’라는 것은 애초에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진짜 5G’ 논란을 키운 것은 통신사들이었다. 5G 상용화 초기 통신사들은 5G에 대해 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홍보하면서 가입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기술적인 최대 속도는 서비스 초기에 당연히 구현하기 어려운 데다, 애시당초 전국망 구축 계획도 없는 28㎓ 5G의 최대 속도를 내세워 선전한 것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속도는커녕 3.5㎓ 대역을 통한 커버리지도 한정돼 5G 품질 논란이 본격화됐다.

상용화 3년차 들어 ‘진짜 5G’ 논란은 통신사들의 기지국 투자 현황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까지 통신3사의 28㎓ 기지국 수는 5059대로, 과기정통부가 부여한 의무 구축 수량인 4만5000대의 11.2% 수준에 불과했다. 이마저 그중 4578대는 통신3사가 지하철 등에서 공동으로 구축한 기지국을 중복 인정해준 것으로, 중복 인정 수량을 제외하고 실제 구축 수량(2007개)은 3분의1에 그치고 있다.

투자가 미흡한 이유는 통신사들 스스로 28㎓ 대역 활용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비용은 큰데 수익성은 저조하다. 현재 28㎓ 실증 사업은 지하철 와이파이 외에는 활성화되고 않았고, 통신3사는 지하철 와이파이마저 수도권 이외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28㎓ 주파수를 회계상 손상처리하는 실정이다. 6000억여원을 들인 주파수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셈이다.

통신업계도 억울한 면은 있다.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쓰지 않았던 초고주파 대역을 처음 활용해본 것인데, 막상 기술적인 난관에 봉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초고주파 대역을 쓰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도 처음에는 대도시 위주로 초고주파 대역 5G를 구축했다가, 장애물 문제로 품질이 좋지 않자 중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품질 격차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정부의 28㎓ 정책 전환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에 나섰던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5G가 성공하려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B2B 서비스에 한정해 특수 분야를 만드는 등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숙 의원은 최근 “3.5㎓ 5G의 농어촌 지역 커버리지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실적인 5G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3.5㎓ 중심 전국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전국 커버리지 확대에 힘쓰고, 28㎓는 핫스팟과 B2B 중심으로 확대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러나 우선 ‘진짜 5G’ 28㎓ 기지국 투자를 계속해서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4월까지 통신3사로부터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실적 보고서를 접수받았고, 실제 이행이 됐는지 서면점검 및 현장점검에 나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 대역 5G가 예상보다 기술 발전이 느리고, 기본적인 바디블록(사람의 몸이 주파수 진행을 방해하는 것)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일반 서비스로 상용화가 어렵다”면서 “현 시점에서 5G 전국망 구축은 3.5㎓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어려움은 알지만 정책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다만 속도조절을 하는 부분에서 의견수렴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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