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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CD철수①] '글로벌 삼성' 토대 만든 LCD, 30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정혜원

- 삼성디스플레이, QD·중소형 OLED로 중심 이동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달 안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종료한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0년대 초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지 31년 만의 일이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6월 안으로 TV용 대형 LCD패널 생산을 끝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기존 라인 활용 방안 등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종료 이후에는 주력사업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차세대 대형 패널로 내세운 ‘퀀텀닷(QD)디스플레이’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LCD 철수로 생기는 유휴 인력은 QD디스플레이 라인에 투입하거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으로 전환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D 사업은 과거 이 회장이 주목한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였다.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지만 이 회장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박막트랜지스터(TFT)-LCD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키워 낸 LCD 사업은 반도체, 휴대전화와 함께 ‘글로벌 삼성’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초 TFT-LCD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1996년에 매년 2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며 세계 최대 LCD 업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룹의 9대 신사업에 LCD 사업을 포함시키고 8000억원을 들여 충남 천안에 3공장을 세웠다. 이듬해 LCD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수요에 앞서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의 LCD 사업은 안정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2004년에는 일본 소니 제안으로 LCD 합작사 ‘S-LCD’를 설립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해온 일본을 넘어섰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거래가 이뤄졌다. 당시 BOE가 하이닉스반도체의 LCD 사업부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은 LCD 노하우를 흡수해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2010년 삼성전자 아산 사업장 내 LCD 패널 생산현장 모습. 사진=삼성
2010년 삼성전자 아산 사업장 내 LCD 패널 생산현장 모습. 사진=삼성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LCD 수익성은 악화됐다. 중국 기업이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LCD 패널 공급 단가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BOE와 CSOT 등은 2015년부터 빠르게 생산량을 늘려왔다. 결국 세계 LCD 패널 시장점유율 1위는 2017년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을 생산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부문에서 적자를 감내해올 수밖에 없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부별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대형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중국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20년에 LCD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쑤저우의 LCD 생산라인을 CSOT에 매각하는 등 사업 종료를 준비해왔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로 LCD 패널이 반짝 특수를 누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 중단 시점을 연기했다. 세계적으로 TV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TV용 LCD 패널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55인치 LCD 패널 평균가격은 2020년 3월 115달러에서 2021년 6월에는 237달러로 1년여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LCD 판가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국면 대비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LCD 시대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26년까지도 LCD 패널이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절반 이상(53%)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LCD 패널 점유율은 73%였다. OLED 패널 점유율(25%)의 3배 수준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IT기기와 자동차, 게이밍 시장 등을 겨냥해 중소형 OLED 패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디스플레이로는 QD 디스플레이에 집중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 수율이 상반기 중 8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 4월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소형 리지드, 플렉시블 OLED 제품군에 대형 QD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져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완벽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생산을 지속한다. 다만 LG디스플레이도 TV 등 대형 LCD 패널 비중은 축소하고 IT용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다.

정혜원
w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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