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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플랫폼 vs 기존 의료계, '밥그릇 싸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신제인
-서울시 의사회, 약사법·의료법 위반으로 닥터나우 고발

닥터나우 앱의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 화면 갈무리.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다.
닥터나우 앱의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 화면 갈무리.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 플랫폼들과 의사회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법정 공방으로까지 갈등이 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사회는 닥터나우를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 등으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여기에는 닥터나우가 최근 공개한 ‘원하는 약 처방하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환자가 선호하는 전문의약품을 미리 고른 뒤 의사와 전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서비스다.

선택이 가능한 의약품 목록으로는 ▲탈모치료제 ▲다이어트 보조제 ▲피부 및 여드름 치료제 ▲인공눈물 ▲소염진통제 등 비교적 경미한 증상의 치료제가 포함됐다.

환자들은 베스트(Best) 약품 페이지를 통해 인기 약품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약품의 이용자 후기도 볼 수 있다.

◆'원하는 약 처방' 서비스...어떤 법 위반했나

의약계는 해당 서비스가 영리를 목적으로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환자가 처방을 원하는 의약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자동으로 특정 의사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다.

선택할 수 있는 의약품 목록이 한정적이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리뷰를 공개했다는 점에서는 전문의약품 광고를 금지한 약사법 제68조 제6항 위반 소지도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해당 서비스의 현행법 위반 소지를 경고하는 시정조치 의견을 닥터나우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닥터나우는 '원하는 약 처방하기' 서비스명을 '원하는 약 담아두기'로만 변경해 그대로 운영을 이어갔다.

"의사가 처방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약 가격은 약사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 지침과 추진 법률 근거에 100% 기반해 운영하는 서비스"라는 것이 당시 닥터나우 측 설명이었다.

◆"이참에 비대면 진료 없애자" 이어지는 의사회 규탄 성명

서울시의사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소지로 시정명령을 내렸는데도 플랫폼 업체들이 해당 서비스를 버젓이 지속하고 있다는 건 현재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대단히 왜곡됐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라며 “닥터나우 뿐만 아니라 비대면 진료의 근본적 한계로 발생하는 기술적∙윤리적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부의 한시적 허용 조치 철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규탄했다.

서울시 내과 의사회도 같은 날 지지 성명을 통해 "기형적인 플랫폼을 통한 원격의료 확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즉시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의료 왜곡'을 촉진한다는 표면적 이유로 도입 초기부터 기존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이번 일을 통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 폐지 논쟁에 또 한번 불이 붙은 셈이다.

◆사실상 "의료계 본연의 문제"... 자중의 목소리도

닥터나우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이른바 '의대생'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장지호 대표는 의료봉사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실제로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코로나19 팬데믹, 의료 불모지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보다 손쉽게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기존의 의료 산업이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다.

고발 소식을 접한 닥터나우는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향후 대응법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닥터나우는 의사와 약사의 협업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상생을 위한 노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대면진료 체제 내에서도 환자가 선호하는 약을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해당 약 처방을 돕는 사례가 사실상 만연하다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념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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