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韓 배터리 동박, 中 추격 본격화…SK '끌고' 솔루스 '밀고'

김도현
-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완료 시 투자 재개 전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동박(전지박) 제조사가 전방산업 성장세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생산능력(캐파) 확대 속도전에 중국과 일본 등을 압도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와 솔루스첨단소재는 각각 6월 폴란드, 7월 캐나다 공장을 착공한다.

동박은 얇은 구리 막으로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원료로 쓰인다. 배터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음극재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동박 가치가 크게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점유율 1위를 SK넥실리스(22%)로 추산했다. 그 뒤를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 일진머티리얼즈(13%), 중국 자위안커지(9%) 등이 잇는다.

동박은 과거 일본이 주도하던 분야다. 10여년 전만해도 일본 후루카와와 니폰덴카이 합산 점유율은 약 60%에 달했다. 작년 기준으로 양사는 각각 2%와 5%에 그친다. 현재는 저가 공세를 내세운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게 한국이다. SK넥실리스(구 KCFT)는 지난 2020년 SK그룹에 편입되면서 업계 판도를 뒤집었다. 2019년 14% 내외에서 2년 새 10% 가까이 오른 셈이다. 국내외 기업이 동박 투자를 단행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SK넥실리스는 올해부터 국내 정읍 6공장을 가동하면서 5만톤 캐파를 갖췄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5만톤), 올해 6월 폴란드(5만톤)에서 착공하고 연내 미국(5만톤) 투자까지 앞둔 상황이다. 유럽과 국내 캐파를 더해 오는 2025년까지 25만톤 규모를 확보할 계획이다.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아직 톱5에 들지 않으나 헝가리에 이어 캐나다 공장 구축에 나서면서 경쟁사를 쫓고 있다. 2025년까지 11만7000톤 캐파를 갖출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순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매각 예정인 일진머티리얼즈와 고려아연 계열사 케이잼 등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4만톤(국내 2만톤·말레이시아 2만톤) 캐파를 가진 상태다. 기존 생산라인과 유럽 등 증설을 통해 2025년까지 20만톤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국내외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참여하는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잼은 올해부터 1만3000톤 규모 캐파를 갖추며 향후 5만톤까지 키울 심산이다.

이들 업체가 연이어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수년 내 한국이 중국 캐파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라는 확실한 수요처에 유럽 등 신규 고객까지 추가되면서 동박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동박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로 물량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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