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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맏형’ 역할 자처한 KT…왜?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KT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해 KT는 AI컴파일러·라이브러리 등을 개발하는 또 다른 AI 스타트업 ‘모레’에도 투자한 바 있다. KT는 이같은 AI 스타트업들과의 전략적 투자 및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는 ‘맏형’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KT가 AI 반도체 생태계 전면에 나선 이유는 지난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과 연관이 있다. 현재 KT 내에서 ‘디지코’ 관련 매출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매출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디지코의 핵심 분야 기술로는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이 있다.

현재 전 사업분야에서 AI를 접목시키고 있는 KT는 기술력이 검증된 AI 반도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높은 외산 GPU 의존도를 극복하고 디지코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AI를 위해선 GPU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현재 이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점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AI 스타트업과의 동맹을통해 궁극적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 가능한 AI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KT는 지난해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GPU를 사용한 만큼 빌려주는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도 출시한 바 있다. 여기엔 모레의 AI 소프트웨어와 AMD의 GPU가 활용됐다.

6일 열린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배한철 KT 전략기획실 제휴협력담당은 “AI 반도체는 디지코 전략에서 KT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KT 혼자서는 어려운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AI 스타트업 ‘파두’, ‘모레’에 이어 올해는 AI 팹리스 경쟁력을 갖춘 리벨리온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이번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투자를 단행한 리벨리온은 인텔, 삼성, 스페이스X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박성현 대표가 지난 2020년 9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특히 금융 특화 AI 칩인 ‘이온’을 개발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이온’은 TSMC 7나노로 설계됐으며 최근 시제품을 출시해 월스트리트 고객 3곳과 성능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리벨리온은 이미 6개월 전부터 KT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삼성 5나노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칩도 설계하고 있다. 기존 GPU 대비 3배 넘는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추론용 NPU(Neural Processing Unit) 칩을 연내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가 선점한 GPU 시장 대체를 노린다.

KT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하드웨어 역량과 앞서 투자한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당장 내년까지 GPU 수천장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GPU팜’을 구축하고, 2023년에는 GPU팜에 HAC 서비스 전용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즉,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삼각편대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더 나아가 2024년엔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이진형 KT 전략기획실 제휴협력1팀 팀장은 “KT의 디지코 전략의 일환으로 AI 반도체 사업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구글이나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AI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용량 언어모델을 만들어 기가지니와 AI컨택센터(AICC) 성능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KT의 AI 반도체 동맹이 시작되면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통신업계 간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자체 AI 기술에 SK하이닉스 메모리 역량을 합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초에는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 삼각편대로 이뤄진 ‘SK ICT 연합’을 통해 사피온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기존에 메모리 반도체를 하던 회사가 하던 것과 처음부터 NPU를 하는 업체의 경쟁력은 완전히 다르다”며 “사피온과의 기술력을 비교하면 (우리가) 압도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KT는 대기업이지만 마치 스타트업 같이 결정이 빠르다”며 “KT의 압도적인 데이터센터 볼륨과 함께 모레, 파두 등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를 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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